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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순 Jun 17. 2022

결혼할 사람은 첫눈에 알 수 있을까?

적어도 사계절은 겪어보자!




결혼할 사람은 첫눈에 알 수 있을까?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주변에서 종종 받는 질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들으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얼마나 로맨틱하고, 또 순수한가?


물론 나는 순수와는 거리가 멀어서 한눈에 반한다는, 그리고 결혼할 사람은 한눈에 알 수 있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지금의 남편을 처음 봤을 때도 그 생각은 변치 않았다. 분명 첫눈에 호감을 느꼈고 그 호감이 사랑으로 이어져 결혼까지 왔지만, 연애 초반에 내 마음속은 의심과 불신이 가득했다.


이십몇 년 동안 모르고 살아온 사람인데, 그 긴 시간 동안 뭘 하고 살아왔는지 어떻게 알까? 가볍게는 길가에 쓰레기를 막 버리는 사람이라거나, 가게 직원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면? 더 나아가 바람을 피우거나 범죄까지 저지를만한 사람이라면?


원래도 생각이 많았기에, 남편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설렘과 풋풋함을 무기로 만남을 이어갔지만 내 마음속에는 수많은 질문과 의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만나며 어렴풋이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쓰레기통을 발견할 때까지 쓰레기를 손에 쥐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가게 직원에게는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했고, 불의를 보면 화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만나면 만날 수록 좋은 가정환경에서 올바르게 자랐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그의 성격은 걱정 많은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나만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사실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내 마음속에 신뢰가 쌓여가며 이 사람이라면 결혼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이렇게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지금의 남편을 처음 봤을 때 결혼할 사람인지 알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만나 영원을 약속하는 낭만적인 것이지만, 법적으로 묶인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각자의 성격, 미래에 대한 가치관, 경제 상황 등등. 이 외에도 수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단기간에 결혼할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까?


나는 오히려 첫 느낌만으로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착각을 넘어 상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결혼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4계절은 겪어보라고 말한다. 옛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 주변만 봐도 나이에 쫓기거나 지금 아니면 결혼을 못할 것 같아서 짧게 연애하고 허겁지겁 결혼하는 경우를 보면 다 끝이 좋지 않았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예외는 예외일 뿐. 몇십 년 동안 모르고 살았던 사람과 단 몇 개월 만에 결혼을 결정짓는 실수는 하지 말자. 이제 결혼도 선택일 뿐이다. 굳이 초조해하며 한눈에 반할 사람을 찾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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