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파인 Mar 01. 2023

여성기억 1930-02 여성공황시대

시대를 사색하다

   

  1930년 식민지 조선은 근대교육을 받는 신여성의 확장이 사회의 주요 담론 대상이 되던 시대이다. 그런데 ‘여성공황시대’라는 이 글의 필자가 신여성을 평가하는 시선이 제법 매섭다.  우선 제목에 공황이라는 제목을 달게 된 이유를 소개하고 있는데, 공황이 생산과 소비,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에서 생긴 경제적 위기라고 한다면, 당시 여성들의 상황도 혼란스러운 공황과 같은 위기라고 본다는 것이다.  


  우선 여성 전체를 신여성과 구여성으로 크게 구분해 놓고 다시 각각의 집단을 세분해서 보고 있다.  신여성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진취적 전위층이지만 그 안에서 다섯 종류로 다시 구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 社會運動者-婦人運動者 2. 職業婦人 3. 무직자-미쓰 4. 新家庭 부인 5. 여학생으로 구분된다. 이 집단의 특성에 대한 서술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사회운동자-부인운동자

  긴 역사의 과정을 거쳐 억압과 착취를 받던 여성들이 프랑스혁명, 산업혁명 등을 계기로 태동하게 되었다고 본다. 식민지 조선에서는 기미 3.1 운동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로 신여성들을 중심으로 계몽운동, 정치운동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점차 여성 대중 즉, 여성노동자와 농민과 유리되면서  본래의 여권운동의 취지를 충분히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직업부인

 자본주의 경제의 확산으로 저임금을 감수하고라도 취업한 여성노동자와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들이다. 여성은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불충분하나마 독립할 수입을 갖게 되고, 가정 외의 사회와 접촉할 기회를 주어 사람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자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직업부인들은  가정과 남편의 구속과 압제에서 벗어남으로써 얻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으나, 이 자본가 기구 속에 들어간 여성들이 자본가란 새로운 착취주를 만나고  기계의 노예가 되어 날로 심신을 훼손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3. 무직자(無職者)-미쓰

 재래의 조선 부인들은 대개가 무직으로 가정 안에서는 소위 천직이란 성적 차별로 가정적 직책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여성 무직자가 늘어나는데 이들은 중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도 취직하지 않고 있는 처녀들 무리이다.  문제는 이들이 화장, 사치, 유흥에 탐닉하거나,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결혼순례자들이라는 데에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물 잘나고 똑똑하고 돈 많은 사나이에게 시집가는 것이 유일한 최고 이상적 취직이자 영광이며, 부모들에게는 공부시킨 보람이 있다고 칭송받는 길이다. 그런데 이들이 요구하는 최고 이상적 결혼 조건을 가진 남성은 대개 기혼 남자이거나 두 세명의 기생첩을 가진 부르주아들일뿐이라는 아이러니이다. 때로 부유함을 택해 자유연애, 자유결혼의 이상을 모욕하는 이들은 대중에 유해무익하다        

4. 新家庭婦人

  구시대의 구속과 학대의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구속 생활을 택한 여성들을 신가정부인이라 할 수 있다. 남편과 함께 산보를 나가고, 음악회를 가는 생활이지만 진정 자유로운가를 반문한다. 대부분 자신의 체면과 아내의 미모를 자랑하기 위한 경제력 있는 남편의 이기적 욕망을 만족시키는 도구로서 신여성들이지만 경제력을 가진 남편의 소유욕 앞에 무릎 꿇는 귀여운 노예가 되고 만다.  침모와 어멈 그리고 유모까지 둔 생활이지만 스스로 주체가 되려는 자각과 노력이 없다면 빈약한 사회적 관심과 지식 그리고 가정사에도 무능한 조소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5. 女學生

  부모들이 좋은 사위를 얻기 위해 딸자식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여학생이 늘고 있다. 많은 여학생들은 딸의 교육을 구혼의 방책으로 생각하는 부모들의 그릇된 의사와 현모양처주의아래 보수적 교육만을 시키는 교사들 아래에서 금단의 여학교에서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장차 고급 직업부인이 되거나 이상적 신가정부인이 될 예비군으로 신여성의 본모습이다.  그러나 고립된 교육 현장에서 조선 사회와 사람들의 참담한 현실을 외면한 채 받는 교육은 오만과 허영심만을 키워줄 위험이 있다.      

 

  신여성의 경향과 현상을 위의 다섯 종류로 구별해서 보았지만, 조선 사회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전히 구여성이다. 구여성들의 비참한 처지는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이다. 시부모의 층층시하에서 꼼짝 못하는 것은 물론 남편, 자식, 친척들에게 까지 동물적 학대와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직 복종과 온순할 것만을 요구받은 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사의 필자는 신여성과 구여성 모두에 대해서 매섭게 비판적으로 안타까움을 논하고 있는데, 결론에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구여성들의 암흑세계에 참다운 생의 광명을 던져줄 자 누구냐. 그는 말하지 않아도 각성한 각 계급의 신여성일 것이다.” 신여성과 구여성들이 서로 흉을 보거나 비난하는 것이 일반적인 세태인데, 함께 각성하여 현재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를 위해 각성한 부인운동자의 올바른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930년 식민지 조선은 경제적 공황의 어려움에 놓여있던 시기이자 여성들의 새로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성의 교육과 자각이 필자의 눈으로는 아직 목표와 방향성을 정립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필자의 분석에 다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거의 100년 전에 우리 사회 여성의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갈 바를 전망하고 있는 글을 읽으며 새삼 여성운동이 걸어온 길고 긴 길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가오는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참고자료) 朴露兒, 女性恐慌時代,  <별건곤> 제30호 , 1930년 7월 01일.       

작가의 이전글 여성 기억 1930 01 경성 독신여성 합숙소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