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계절 꽃의 향연, 벽초지 수목원
최근 아름다운 민간정원이 많아지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꽃을 테마로 한 축제가 사계절 열리고, 특이한 조경과 꽃을 테마로 한 대형 카페들도 점점 더 많아진다.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의 삭막함에 지칠 때면 사람들은 더 절실하게 자연과 꽃을 찾는 것 같다.
벽초지 수목원은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한 민간 수목원이다. 벽초지(碧初池), 맑고 푸른 연못에서 시작된 정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름처럼 벽초지 수목원에는 넓은 연못과 정자가 어울러지는 동양식 정원과 유럽식 조각상과 분수 그리고 다양한 조형물과 공존하는 화려한 정원이 공존하고 있다. 벽초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꽃의 조화가 멋진 화단이다. 사실 방문했던 시기가 조금 애매해서 꽃이 많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들어섰는데, 화단 전체에 정성스럽게 배치해 놓은 꽃들이 가득이어서 어느 쪽으로 사진을 찍어도 다 예쁜 풍경이 나온다. 아울러 요즘 유행하는 포토 스폿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젊은 친구들은 L.O.V.E라는 구조물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미소 짓고 쳐다보며 슬며시 더 정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많은 생각과 기획이 이루어진 것 같은 이런저런 테마 산책로를 지나 들어선 곳은 넓은 유럽식 정원이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정원이 함께 조성되어 있는 이곳도 조형물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꽃들이 조성되어 있었다. 벽초지 수목원을 조성한 사람의 예술적 상상력이 여기저기에서 엿보이는 유럽식 정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드라마 촬영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궁>, <별에서 온 그대>, <미스터 선샤인>, 그리고 영화 <아가씨>도 여기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한 장소에서 다양한 시대와 문화 배경을 설정할 수 있고, 시대극부터 현대극까지의 장면을 다 찍을 수 있는 장소라 선택된 것 같다.
유럽식 정원을 먼저 보고 나니 약간 피곤해져 수목원 내 카페에서 휴식을 취했다. 카페에서 연못의 경치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연못 부근의 정원은 동양식 정취가 더 느껴져 정자가 있고 연꽃이 한창이었다. 연꽃을 가까이에 다가가 살펴볼 수 있도록 연못 가운데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아 연꽃과 연꽃 뿌리가 멋지게 뻗어있는 모습까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또 벽초지의 ‘벽’이 벽계수를 의미한다는 것도 안내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연못 근처 정원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연못 한편에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과 이를 상징하는 다리가 조성되어 있는 점이었다. 모네는 지베르니에서 43년간 거주하면서 끝없이 수련을 그렸다고 하는데, 이곳에 와서 어느 화가가 연꽃을 멋지게 그리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못 정원을 떠나 다시 발길을 돌려 커다란 메타세쿼이아 길로 들어섰다. 화려한 꽃이 없고 커다란 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는 이곳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 한적하다. 조용히 말없이 걷기 좋은 길이다. 그리고 넓은 잔디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까지 다 보고 나면 화려함과 동서양의 정원 그리고 연못과 연꽃 등 많은 테마 정원을 보며 넘쳐 나려고 했던 감성이 차분하게 내려앉는다.
벽초지 수목원은 계절별로 봄에는 튤립,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 그리고 겨울에는 눈 덮인 연못 정경과 고즈넉한 설경까지 사계절 모두 다양한 꽃의 향연과 정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수국이 지나간 늦여름 아직 국화가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는 그런 어중간한 시기였는데, 그래도 정원 곳곳에 국화 화분과 정성스럽게 식재된 다양한 꽃들로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벽초지 수목원이라는 매력적인 이름에 끌려 낯선 길을 달려온 이곳 정원에서 온전한 하루를 보낸 만족감과 안도감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벽초지 수목원을 떠난다. 정원 조성자의 예술적 감성과 상상력 그리고 정성이 가득 담긴 민간 정원이 많아지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한 편으로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이런 정원들이 잘 유지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