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거닐다 07

: 숲, 공룡, 황톳길 테마 정원 가산 수피아

by 수파인

이번에도 조금 먼 길을 떠났다. 경상북도 칠곡군 가산면에 위치한 ‘가산수피아’라는 민간 정원이다. 최근 많은 민간 정원이 조성되고 있는데, 이곳도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테마 정원 중의 한 곳이다. ‘수피아’(Supia)라는 이름은 미루어 짐작할 때 숲(sup)과 유토피아를 결합한 이름이라고 생각되는데, 과연 숲이 울창한 곳에 멋지게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가산 수피아 정문은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건축물처럼 보이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정문을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듯하다. 정문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정원이 아니라 의외로 어린이들을 위해 조성해 놓은 놀이 공간을 먼저 만나게 된다. 워터풀과 어린이 놀이뜰은 여름 공간일 듯한데 아직 개장 전이었고, 바로 이어 각종 공룡 구조물이 가득한 ‘공룡뜰’이라는 테마 공간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아이들을 위한 전시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정교하고 생동감 넘치는 공룡 조형물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무려 30미터에 달하는 엄청나게 큰 공룡 옆으로 각종 공룡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체험을 위한 멋진 공간인 것 같다. 공룡 한 편에는 <쥐라기 공원>이라는 영화에서 봤던 낡은 지프차도 전시되어 있다.

KakaoTalk_20250531_183055220_02.jpg


공룡뜰 안쪽에 그림같이 앉아 있는 한 무리의 알파카가 있었는데 어찌나 정물화처럼 꼼짝하지 않고 있는지 모형 알파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우아하게 털 단장을 하고 슬며시 고개를 돌리거나 일어나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었다. 너무나 귀여운 알파카들이었다. 사람과 동물의 따뜻한 교류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KakaoTalk_20250521_104437139.jpg


본격적인 정원은 조금 더 깊숙하고 높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올라가다 보니 수피아 미술관 위쪽으로 넓은 암석정원이 있다. 크고 작은 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놓여 있는데, 돌이 갖고 있는 질감과 배치의 조화도 특별한 느낌이었다. 이 돌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는데, 다녀와서 검색을 해보니 가산수피아가 있는 해발 839미터의 유학산 현지에서 채취된 응회암류의 현지 암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연에서 나오는 그대로의 암석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5월 가산 수피아는 튤립이 한바탕 지나가고, 노란 창포와 보라 붓꽃 그리고 작약이 한창이었다. 어느 정원이나 마찬가지로 정원들은 계절별로 꽃이 달라지는데, 가산수피아의 경우 가을철 핑크뮬리가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저곳 조성된 연못가에 가득 핀 노란 창포와 나무들을 보며 산책하는 이 계절도 참 편안하고 좋은 듯하다.


KakaoTalk_20250521_104437139_13.jpg


그런데 계속 거닐면서 눈에 띄는 것은 맨발로 걷는 황톳길을 조성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굉장히 긴 코스의 황톳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더 확장, 보강하는 중이었고 그 길이와 규모가 매우 크다. 최근 유행하는 맨발 걷기에 정원 조성자의 큰 관심이 높은 관심이 보이는데, 중간에는 국제 맨발 걷기 연구소 간판이 걸려 있고, 카페에서는 맨발 걷기에 대한 책도 판매하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어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마음 편하게 걸어보면 좋을 듯하다.


IMG_6986.JPG


조금씩 지치려고 하는데 ‘백 년 솔숲 이끼정원’이라는 푯말이 나온다. 그래서 조금 더 들어가니 이제 아주 깊은 산속이다. 오랜 세월 서 있었던 소나무와 큰 바위에 각종 이끼와 나무를 휘감고 있는 넝쿨들이 오랜 시간 저편으로 우리를 데려온 것 같다. 근처 벤치에 편하게 앉아서 쉬며 둘러보며, 이런 것이 정원으로 달려오게 하는 매력이라고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나지막하게 대화하고, 멋진 꽃들과 눈맞춤하고, 깊은 산속의 공기를 느끼며 천천히 걷는 하루가 지나간다.


내려오면서 가산수피아 내에 있는 카페에 들러 차 한잔하고 유리창을 내다본다. 카페의 규모도 대단히 크고 넓은데, 생각해 보니 이곳 가산수피아에 있는 많은 것들이 다 엄청난 규모를 갖고 있다. 30미터의 공룡, 넓고 넓은 암석 공원, 계속 조성되고 있는 황톳길. 정원 조성자가 선이 굵고, 규모감을 즐기는 분 같았다. 카페 앞 공간은 가을이 되면 멋진 핑크 뮬리 정원이 펼쳐진다는데, 가을 정원은 상상 속에서 만나기로 하고 가산수피아 정원을 나섰다.


이곳은 가족 단위로 와서 각자 좋아하는 테마 공원을 중심으로 즐기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굉장히 큰 규모의 민간 정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민간 정원을 조성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 있을 듯하다. 덕분에 하루 온종일 다양한 테마의 공간과 정원을 만나며 호기심과 감탄 그리고 내면의 ‘쉼’을 모두 체험할 수 있었던 가산수피아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