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거닐다 08

: 곰과 나무 그리고 분재 정원, 베어트리 파크

by 수파인

베어트리 파크에 가보자고 하는 남편의 말에 ‘무슨 이 나이에 어린이 테마 공원에 가느냐’ 하면서 가기 싫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곳이 아니라면서 굳이 설득하여 길을 나서게 되었다. 베어트리파크는 세종특별자치시 전동면에 위치한 수목원과 동물원이 결합된 복합 자연공원으로, 약 10만 평의 대지에 1,000여 종의 식물과 100여 마리의 반달곰과 불곰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 가본 베어트리 파크에서 받은 인상은 곰보다는 다양한 나무와 분재, 그리고 세심한 조경으로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는 아름다운 식물 공원이라는 점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2009년에 개장되었다는데 오랜 시간이 느껴지는 작품 같은 나무들이 많아서 살펴보았더니 이 정원의 역사는 1963년으로 거슬러 간다고 한다. 1963년 경기도 의왕에서 ‘송파원’으로 시작한 정원이 1991년 세종 지역으로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였는데 이때 약 1천대 분량의 나무와 화초를 이전해 왔다는 것이다. LG계열 회사의 대표를 지냈던 설립자 이재연 선생은 “60년간 나무에 예금을 한다는 생각”으로 수목원을 가꾸었고, “자연은 주인의 정성만큼 보답한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으며 2009년 5월 가족과 함께 가꿔 온 수목원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며 ‘베어트리 파크’라는 이름으로 개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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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트리 파크에 들어서면 우선 현대적인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샵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멋진 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관람객들은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베어트리 파크인 만큼 곰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 봤는데, 커다랗고 깨끗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반달곰, 불곰 등 여러 마리의 곰을 볼 수 있었다. 곰을 보는 장소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어 어린이들과 관찰하기에도 안전한 느낌이었다. 이곳에 곰이 있는 이유는 이재연 회장이 1980년대에 선물 받은 반달가슴곰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곰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곰들을 보호하며 현재의 곰 동산을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곰동산 옆에는 넓게 조성되어 있는 잔디광장이 있는데 하루에 두어 차례 씩 어린 새끼 곰이 이곳으로 산책을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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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전경 중 인상적인 것은 정말 깔끔하게 잘 관리된 나무들이었다. 일본에서 정원을 가면 소나무의 솔잎 하나하나까지도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가끔 놀란 적이 있는데, 이곳의 나무들도 그러한 관심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위손으로 동물 모양, 새 모양으로 다듬어진 나무들도 인상적이지만, 분재원에 들어서니 정말 예술 작품 같은 분재들이 가득했다. 인위적인 분재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의 분재들은 정말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있구나 하는 마음까지 느껴져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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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트리파크는 다양한 테마 정원과 동물 체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공간으로는 오색연못, 베어트리정원, 애완동물원, 반달곰동산, 야생화동산, 장미원, 송파원, 분재원 등이 테마별로 조성되어 있으며, 각 공간마다 독특한 식물과 조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곳에는 송파원 시절부터 정원에 관심을 기울여 온 설립자 부부의 이야기와 자녀들의 헌사가 있는 곳도 있어 멋진 정원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베어트리 파크는 급하게 조성된 곳이 아니라 오랜 세월 스토리를 간직한 정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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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정원과 비교해 다소 눈에 띄는 것은 식물이 상하지 않도록 관람 방향을 일정하게 규정해 놓고, 조심하라는 문구가 유난히 많았다는 점이다. 이 공간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설립자들의 마음이 느껴졌지만, 가끔 긴장하게 만드는 점도 있었다. 그래도 오랜 세월 애정과 정성으로 이런 멋진 공간을 조성해 어린이와 가족 단위로 와서 다양한 체험과 생태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마음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모두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기현상이 여전한 요즈음 지방에 넓디넓은 정원과 볼거리를 갖추어 지역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공간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심한 테마별 조경과 정성스러운 분재 작품을 보며 하루를 보내고 싶은 분들은 베어트리 파크에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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