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거닐다 12

: 돌이 전해주는 이야기, 제주 돌문화공원

by 수파인

돌, 바람, 여자. 제주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제주 돌문화공원은 제주의 역사를 품은 다양한 돌들과 제주를 만들고 지켜온 강인한 여성성이 드러나는 여성 신화의 이야기를 담은 넓디넓은 공간이다. 두 번째의 방문이었는데, 매우 다른 체험과 기억을 갖게 된 곳이기도 하다. 제주에 간 김에 다시 가보자 해서 도착한 제주돌문화공원 주차장은 벌써 여기저기 ‘만차’라고 할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곳에 최근 방영된 ‘폭삭 속았수다’의 촬영지가 있다고 한다. 30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라 우선 전기차를 타고 돌아보는 코스가 있다고 해서 전기 관람차에 탑승했다. 제주 돌문화공원에는 그야말로 제주에서 나오는 온갖 돌로 된 거대한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서 있었고, 그 다채로운 모습이 마치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전기차는 10여 명 정도 타는 작은 관람차였는데, 기사 아저씨가 거의 문화 해설사 수준이었다. 돌문화공원에서 꼭 보아야 할 장소를 정확하게 짚어가며 설명해주시고, 중요한 곳에서는 멈춰 서서 사진도 찍어 주셨다. 설문대할망 신화와 오백장군 이야기를 모티브로 여기저기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 돌 조형물들이 대단한 장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돌 조형물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돌은 참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기도 하고 동물이기도 하고 웃는 모습이기도 하고 침울한 표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통 초가마을’이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제주의 전통적 생활상을 잘 재현해 놓은 예쁜 초가집들과 정낭 그리고 독립적인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제주의 주택 구조들을 살뜰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제주의 민속촌이라고 할만했는데, 이곳에 드라마 촬영지가 있었다. 낮은 돌담과 대나무 숲으로 이어진 샛길 등 정겹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제주 돌문화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돌들은 단지 멋진 작품 같은 돌 조형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인들의 생활에 스며들어 사용되었던 수많은 일상용품도 다 전시물이었다. 장독대, 방아는 물론 돼지 밥그릇도 전부 제주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돌을 다듬어 만들어 사용했다는데, 가는 길 따라 멋지게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대형 돌하르방과 액운을 막아준다는 방사탑등 멋진 돌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어디서 저 많은 돌들을 데려왔을까 신기할 정도로 많았고, 그 돌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모습과 표정으로 파이고 휘어져 있어 하나하나가 전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듯했다.

전기차 기사 아저씨는 야외 전시물을 중심으로 관람 안내를 해주었는데, 중간에 샛길로 들어가면 제주도의 전형적인 천연의 숲을 유지하고 있는 ‘곶자왈’도 둘러보게 해 주셔서 정말로 편하게 1차 관람을 할 수 있었다. 4-50분의 시간 동안 정말 제주와 돌문화공원에 대한 애정을 꾹꾹 눌러 담은 설명과 친절함에 감동받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돌문화공원의 돌들이 한결 정겹게 느껴졌다.

전기차 관람이 끝난 다음에 마음에 드는 돌 조형물을 다시 찾아보며 사진을 찍으며 본격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 하이라이트는 ‘설문대할망 전시관’이었다. 전시관 규모만 해도 7000평이 넘는다고 하는데, 전시관에 들어서니 설문대할망과 제주의 여신 신화가 가득 펼쳐졌다. 제주의 창조신이자 거대한 여신인 <설문대할망> 신화는 제주 곳곳의 장소와 연관되어 그 신화의 힘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는 신화이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 곳곳의 오름, 바위, 계곡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성산 일출봉도 그 흔적 중 하나로 전승되고 있다. 그 외에도 ‘자청비’ ‘세경본풀이’ ‘삼승할망’ 등 다양한 여신 신화가 제주의 일상과 무속에 스며들어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여신 신화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일반적인 영웅 신화들이 거대한 힘과 전투와 같은 물리력을 보여주는 대신 여신 신화의 여신들은 꽃피우기로 내기를 하고, 생명을 살리거나 보살피는 역할을 주로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신 신화는 평화롭다. 돌이 전해주는 역사와 꽃을 사랑하는 여신과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돌문화공원의 꽃과 나무와 자연의 조화가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사실 한 여름이라 산수국 외에 다른 꽃들은 적었지만 이곳에서는 돌이 꽃인 듯했다.

동화마을의 수국


돌문화공원을 보고 나서 가까운 곳에 동화마을이라는 도립공원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이곳에 가니 수국 대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보라색과 흰색의 수국 그리고 제주의 돌과 폭포 그리고 연못이 잘 어우러져 있는 이곳은 계속 조성 중이었는데 매우 멋진 곳이었다. 최근에 여행을 다니다 보면 도립 공원이나 수목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 참 고맙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돌과 꽃 잔치가 한창인 제주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마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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