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과 꽃의 정원, 양평 세미원
연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이렇게 더울 때 청초하고 고결한 자태를 뽐내며 피어나는 연꽃은 참 경이롭다. 세미원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양평에 위치한 ‘물과 꽃의 정원’이다. 계절별로 다양한 꽃이 피고 지지만, 세미원의 핵심은 수만 평 펼쳐져 있는 연꽃 정원이다. 그래서 7월 다양한 연꽃이 피어날 때 세미원의 전경은 절정으로 향한다.
연꽃을 좋아하는 남편은 집에서 연꽃을 피워 보겠다고 여러 번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연꽃을 잘 키울 수 있게 준비된 연꽃 키트를 마련해 물에서 키워 보려다가 실패하더니, 어느 날 어마어마하게 큰 고무 대야를 사 와서 진흙을 아래 깔고 물을 채워 간이 연못 유사한 환경을 만들었다. 그런데 더운 여름이 되니 물을 갈아줘도 흙이 부패하고 모기가 잔뜩 생겨난다. 연꽃씨는 어찌어찌 싹을 피웠지만 모기가 감당이 안된다. 열심히 물을 갈아주고 보충해 주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이 안 되었다. 그랬더니 어느 날 모기 퇴치용 미꾸라지를 사 왔다. 미꾸라지를 사 넣었더니 모기는 사라졌는데, 미꾸라지를 살리기 위해 준 먹이가 섞여 뙤약볕에 진흙은 더욱 썩어갔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연꽃 키우기 대작전은 막이 내렸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우리 같은 초보자에게 연꽃 키우기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세미원은 홍련, 백련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연꽃 정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세미원의 연꽃 정원은 두물머리의 연꽃 군락지까지 연결되어 장관을 이룬다. 물론 한 번에 다 피는 건 아니고 7월 중순 현재 세미원에는 홍련이 마음껏 피어나고 있고, 백련은 하나둘씩 개화하고 있는 시점이다. 아마도 7월 말까지 연꽃 행렬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5월에 세미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노란 창포와 싱그러운 키 큰 나무들이 눈에 보였다. 그때 연꽃을 보지 못해 내내 아쉬웠는데, 마침 양평에 갈 일이 있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세미원에 다시 들렀다. 들어서자마자 홍련이 가득 피어난 연꽃 정원으로 달려갔다. 적당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 연꽃의 아름다움과 물방울이 맺혀 또르륵 굴러다니는 커다란 연잎이 주는 싱그러움은 더욱더 멋졌다. 모든 사람들이 연꽃의 멋진 자태를 담기 위해 비를 맞으면서도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외국인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혼자서 연꽃을 찍다가, 셀카를 찍다가 하며 떠날 줄을 모른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여기저기 연꽃 군락지와 테마 정원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전북 무안 회산백련지도 참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는 연꽃 정원이었다. 연꽃은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 자태와 색상이 참 맑고 깨끗하고 청초하다. 진흙밭에서 그런 모습으로 자랄 수 있다니 경이롭고, 쳐다보는 것 만으로로 내 마음도 맑고 향기로워진다. 7월이 가기 전에 연꽃 감상 한번 하시기를 추천드린다.
세미원은 연꽃 외에도 이것저것 볼거리, 즐길거리를 많이 마련하고 있는 정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키 큰 나무 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산책길과 돌다리가 정갈하게 놓여 있는 물길이다. 차분한 분위기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의 하나였다. 항아리를 활용한 분수도 있고, 한반도 모양의 돌로 만든 연못도 있다. 그리고 걸어 다니다 보면 다양한 사진 스폿이 있고,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정을 본뜬 정원, 정조의 행차를 기반으로 한 배다리도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다양한 역사적 모티브를 정원으로 도입하는 것은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테마를 펼쳐놓은 것은 다소 어색하다. 또 한 편으로는 하트 모양의 사진 스폿과 엄청나게 큰 중국 화병과 물고기 분수 비슷한 것도 조화롭지 않다. 정원에 대한 통일된 콘셉트보다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역사와 문화 콘셉트들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어, 정성을 다해 아름답게 가꾸고 있는 정갈한 정원들하고는 대조되면서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미원 앞에는 국가정원 승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기도 하던데, 앞으로 과시성, 전시성보다는 세미원 본연의 ‘물과 꽃의 정원’이라는 테마에 맞게 아름답게 조성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세미원은 넓게 펼쳐져 있는 연꽃 정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물과 꽃의 정원’이라는 멋진 주제에 맞게 연꽃을 더욱 싱그럽고 향기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가꾸고, 새로운 수생식물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더운 여름 폭염을 뚫고 진흙밭에서 오롯하게 자기 자태를 고귀하게 피어내는 연꽃을 보면서, 우리도 복잡한 인생사에 자신을 잘 붙들고 향기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