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억상실증

미래에서 왔는데 기억을 못 하고 있다는 10년 전의 나에게

by 임성대

과거의 너는 10년 전의 모습이 10년 뒤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창이라는 주장을 한다. 당시에 사내벤처조직에서 차를 팔면 끼워줄 전기자전거를 열심히 만들고 팔 생각에 들떠있었던 것 같군.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새파란 주니어가 호기롭게 시작한 일들을 주변에서는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당시 너를 필요로 했던 이들은 너의 능력이나 아이템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마침 여러 가지 조건이 우연찮게 맞아떨어진 것이라 생각 든다. 그걸 너의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건 실수였는지 어쩌면 그 아둔한 신념을 스스로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믿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깨우침이라는 말이 맞을 수도. 너무 빨리 모든 걸 알게 되면 실패의 두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버릴지 모른다. 나치군이 복용했다는 퍼비딘은 잠을 잊게 하고 용기를 북돋아주어 일반인들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정도였다지. 나중에 그것이 메스암페타민, 결국 필로폰이었다는 걸 알게 돼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통을 마주하게 되었겠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위해 퍼비딘을 찾지는 말라. 약 자체가 널 강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약을 통해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형성해 낸다는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결국 행복과 두려움은 너 자신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물질 간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너의 주장에 따르면 그래. 내가 지금 모든 기억을 갖고 2013년으로 다시 돌아가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 생각이 드는 순간이 그 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6년 뒤 네가 분사를 할 것도, 화물전기자전거라는 아이템으로 모빌리티 회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을 해내진 못했지만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 셈이구나.


결국 네가 쓴 대로 될 것이다. 말한 대로 이루어지고, 행한 대로 거두게 될 것이야.

네가 이후에 만날 사람들은 정말 멋진 사람들이고, 채민이는 2년 뒤 동생을 갖게 될 거다. 그 녀석들은 무럭무럭 자라 네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키가 커져버리고 밥을 많이 먹고 똥을 엄청 싸재 끼는 게임과 축구 마니아가 될 거지만 공부도 잘하는 녀석들이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믿고 내버려두어도 돼.


지희는 둘도 없는 너의 편이 되어서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줄 거야. 항상 밝은 기운이 널 감싸주고 가족의 구심점이 되어가는 성장을 서로 지켜보는 기쁨을 느끼게 될 거다. 회사일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척척해내는 슈퍼우먼이 될 사람이라 존경하는 마음을 늘 간직하도록해. 그리고 장인어른 많이 도와드리도록 하렴.


아버지에게 좀 더 잘해드려라. 이 세상에서의 시간은 고작 9년남짓 남았으니깐. 그전에도 몇 번의 안 좋을 일들을 겪으시게 될 거야. 그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내가 알려줄 수는 없다.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아버지는 결국 너에게 모든 걸 다 주고 거름처럼 사라지는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너무 서운해 말도록.


엄마.... 널 옆에서 계속 지켜주고 손자들을 위해 밥을 해주는 행복에 사실 것이도 계속 그렇게 해드리려고 노력하렴. 물론 사람 성격이 어디 가겠냐마는 엄마 역시 20년 전쯤으로 돌아갔으면 더 잘했을 걸 이런 생각으로 지금 니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거야. 혼잣말로 '성대를 이렇게 키웠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들었어.


또한 경험해 보지 못한 어려움들이 닥칠 거다. 법적분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배신을 당해 보기도 할 거야. 그래도 널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계속 확신하렴.

매일매일 하는 기도도 빼먹지 말도록 해. 지금처럼만 하면 10년 뒤 너의 미래는 걱정했던 것보다 잘 되어 있을 거야. 하루하루 감사하기만 해도 충분해. 그리고 세상을 늘 돌아보도록 하렴. 사업의 성공은 혼자 이룰 수도 없고 나만을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나 투자자를 위한 것이 궁극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 사명이 뭔지는 10년 뒤의 내가 알고 있을 거야.


미래에서 온 2024년 12월의 내가 2013년 4월의 나에게




2013년 4월의 미래기억

https://blog.naver.com/2ndsig/120187181313

-중략-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새로운 사업화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독립영화감독이 가상캐스팅을 하면서 세계적인 배우들을 맘대로 앉혀놓는 그런 상상들과 비슷하다.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과정 역시 투명하다고 한다면, 그런 가정이 실제 살아있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란게 참 무서운 게 뭐냐면 내가 이걸 만화라고 생각하고 그림 한 장으로 끝낼 것이라고 생각하면 거기까지가 끝인 것인데, 뭐라고 찾아보고 현실적으로 어느 부분이 해결되어야 하고 어느 부분은 조금 어렵고 등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현실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파워를 지니게 된다.


한 사람의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는 두 사람을 끌어당기고 그 두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디어에 대한 현실증폭을 시도하게 되면 사람들의 공감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한 가지의 목적을 가진 클라우딩 데이터베이스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업이라는 수익형 모델일 경우에는 더더욱 의욕에 충만한 상태가 되어 비로소 열정이라는 에너지가 생겨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른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충만한 긍정에너지가 자아를 지배하게 된다.


결과의 성패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에너지를 가질 수가 있을까?

초기단계의 즐거움이란 것 그야말로 인생의 성공한 자들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조금씩 미리 이자로 받아 쓰는 셈이다. 내 성공은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결정되어 있으며, 내 행복역시도 이미 정해진 상태인데, 내가 미래의 어느 날인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난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기억해 내지도 못하는 것뿐이다.


물론 여러 번의 고비가 있겠지만, 내가 계속 숨 쉬고 살아있고 생각할 할 수 있는 한 내가 온 미래에 다다르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인 셈이다. 만약 내가 성공할 미래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난 지금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거리라는 걸로 아이디어마다 걸쳐놓기는 조금 무게감이 있을 수가 있지만, 우리는 신의 능력을 닮지 않았던가. 그것이 그렇게 누군가에게 부담되는 일도 아닐 테고, 나 스스로 제한하는 벽을 허물고자 한다면 한번 끝까지 가보자.


의외로 사람의 상상이 끝이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의외로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공간적인 부분만 하더라도 우리는 우주공간을 뛰어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우주에 갇혀 지낸다. 생각은 자유라지만 그 생각조차 일상의 패턴의 범위를 벗어나지 조차 못하는 것이다. 직장, 가정, 친구 그리고 가끔 맞는 자연 정도. 밤하늘을 보면서 생각을 잠시 아주 멀리 보낼 수 있게 되었을 때 나 자신을 찾고는 한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벗어날 수 없고, 내가 만나온 인간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기억만 해 낸다면, 지금 만난 이 사람들 말고 얼마나 많은 멋진 사람들이 날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까. 그 사람들은 그럼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등등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대게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내게 닥쳐올 불행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에 대해서 보던가, 어떤 요행으로 힘 안 들이고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두 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내 미래가 암울하고 생각보다 평범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성공을 한 미래가 보여도 그보다 더 성공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겠지. 그럼 정당한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은 인간에게 미래를 볼 수 없게 하는 제약을 두셨던 게 아닐까.


대신에 과거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능력은 주셨지 않은가. 그래서 기도하고 반성하라고.. 그것이 사실은 미래를 바라보는 다름 아닌 창의 역할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잘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되어있다.


디자이너는 그런 미래를 볼 수 있는 직업이라서 참 마음에 든다.

그 능력을 좋은 곳에다가 쓸 수밖에 없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시작은 순수하지만 결과에 다가서서는 늘 한발 멀리 해 놓는 게 디자이너의 순수성을 지켜내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결국 누군가라도 이득을 보게는 되겠지, 그것을 통해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 편이 낫다.

내 미래엔 내 차례가 와 있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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