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었다

by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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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모두가 모였다.
이혼 후 두 번째로 함께하는 명절이었다.


아버지는 재혼을 하셨고, 나는 한동안 그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버지의 재혼이 마냥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히 마음이 쓰였고, 괜히 미안했고, 괜히 불편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두 번은 없다”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삶을 붙들고 사셨다.
그 고집이, 그 책임감이, 이제야 조금은 이해된다.


이번 명절, 나는 재혼한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보았다.
상 위에 가득 오른 음식들 속에서,
우리를 대하는 태도 속에서,
말 한마디, 눈빛 하나 속에서.


잠깐일지라도, 그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늘 아버지의 농사일을 두고 불만이 많았던 새어머니가
올해는 배추를 많이 심어달라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아버지를 향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함께 내년을 준비하는 사람의 말이었다.


또 새어머니는 내 이혼 이야기를 하며 울었다고 했다.
“왜 내 자식에게 이런 일이 생기냐”고.


연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우리 가족은 이제 각자도생으로 살아간다.
누구에게도 금전적인 짐이 되지 않으려 애쓰며,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거리를 지킨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각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상처와 사정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럼에도 명절에 모여
웃고, 밥을 먹고, 안부를 묻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혼 가정이고, 나는 이혼을 했다.
겉으로 보면 상처가 많은 가족이다.


그런데 그 시련 속에서
나는 가족의 사랑을 보았다.


자매들과는 오랜만에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의 아픔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조심스레 꺼내어 놓으며.


그날 나는 생각했다.
살아야겠다고.


그리고 다짐했다.
내 아들에게 시련이 찾아오는 날이 오더라도
똑같이 사랑으로 지켜주겠다고.


사랑이 있는 한,
사람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으니까.


결국, 그 날 명절의 이름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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