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엄마

by 지수


새학기가 시작된다.

아이의 텀블러와, 양말, 새로운 옷 몇 벌,

그리고 주말에 빠마를 해줄 예정이다.

통장잔고가 0이 될 때까지 꾸몄던 나의 젊은 날의 꾸밈비는 고스란히 아이의 꾸밈비로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나까지 꾸미면 진짜 통장 잔고가 0이 될 것 같아서 꾸미지 못하고 있다.

나는 최소한의 인간다움만 유지하며 살고 있다.

집에 청소를 하고, 내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기 위해 목욕을 하고,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소소하게 글을 쓰는 일들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


요즘은 정신건강과 심리학에 관한 글들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

생각해 보면 지난해에 통장에 돈이 없어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일을 하는 시기에 난 공황장애를 겪었고, 심장을 부여잡고 고통을 겪었다.

근로 무능력을 받고 생계급여를 받으며 통장의 잔고는 일정하게 채워지고 전처럼 심한 스트레스가 없으니 심장을 움켜 쥐는 고통은 생기지 않지만 근로무능력이라는 말은 나의 자존감에 심한 스크레치를 남겼다.


오늘 정신건강에 관한 글을 읽으며, 조건없는 사랑이 이세상의 범죄율을 많이 낮춘다고 했다.

내가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며 아이에게 많은 것을 수혈하고 있는 것이 아이에게 사랑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대부분 물질이였다. 대부분이 돈이였다. 새학기가 시작되며, 텀블러를 사는 일, 양말을 사는 일, 파마를 해주고, 새학기 옷을 사는 일 ,모두 돈이 든다. 난 내 머리를 하는 것을 포기하고, 내 옷을 사입는 일을 포기하고, 내 화장품을 사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의 옷을 사고 아이의 용품을 사는 것을 선택했다.


오늘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미국의 유명한 대사관은 모방해 놓은듯한 공간을 아이와 함께 둘러 보며 이런곳에서 아이가 일했으면 좋겠다고 함께 이야기 해보기도 했다.


아이를 도서관에 데려오려면 맛있는 핫도그를 사주어야 한다고 꼬셔야 한다. 땅콩쿠키도 사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해야한다. 이것도 돈이다.


당장 티비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은 너무도 재밌겠지만, 도서관에 오는 것은 차원이 다른 행복이라고 이런 행복을 아무나 알게 해줄 수 없다고 아이에게 말해 주었지만 이해하기 힘든 나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가 언젠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아직은 수많은 글자를 이해하기는 힘든나이이고, 만화가 재밌는 나이이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기를. 엄마가 머리하고 싶은 돈으로 자신의 학용품을 샀고, 당장 티비를 보여주고 게임을 시키며 방치시킬 수 있었지만, 도서관에 데려와 만화책을 읽히며 도서관과 친숙하게 해주려는 노력덕분에 공부와 조금이라도 친해질 수 있었다고 언젠가 고백할 수 있다면 엄마로써 그 보다 큰 영광은 없을 것 같다.

엄마로 살게 된 이상. 여자로서의 삶은 어느정도 포기하고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지 오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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