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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여운코끼리 Jun 07. 2021

오늘도 넌 내게 위로를 건넨다(두 아들 맘의 육아생활)

#08 형제 맘의 슬기로운 육아생활

남편은 곱게 자란 장남으로 결혼 초에 계란 프라이도 못하는 남자였다. 지금은 이직을 했지만 당시 대기업에 입사한 남편은 그래도 사회생활과 일은 곧잘 해서 나이에 비해 월급도 진급도 괜찮았다. 신혼 초에는 맞벌이 었던 우리는 결혼 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고심 끝에 '각자가 잘하는 일을 하기로 하자'라고 결정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분업화'였다. 어차피 남편은 수학(사회생활)을 잘하고 나는 국어(가사)를 잘하니 각각 시험을 몰아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독박 육아가 시작됐다.


남편이 쓴 휴가는 결혼 생활 십 년 동안 스무날쯤 됐을까? 그나마도 반 이상은 두 아이의 출산 휴가로 썼고, 제대로 놀러 간 적은 첫째 아이 돌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육아는 온전히 내 소관이었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지만 사실 아이들이 한참 손이 많이 갈 때는, 우리는 서로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넬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는 맡겨두고 서로의 결정에 대해 죽이 되 밥이 되 존중해 주기로 했다. 많은 다른 부부들처럼 우리 부부의 성향은 정반대였기 때문에, 성격이 잘 맞아서 결혼 생활을 잘 지내온 건 아니었다. 다만 우리는 연애를 9년이나 하고 결혼을 했기에 서로를 잘 알았고,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와 끈끈한 결속력이 있었다. 육아가 쉬울 리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우리는 부부간의 문제가 없어서 좀 더 육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올해 두 아이는 8살과 6살, 무섭게 휘몰아치던 육아의 바람도, 거기서 끈 떨어진 연처럼 흔들리던 나도 이제는 좀 잠잠해졌다. 망아지 같은 아들 둘을 기르면서 차분하게 멘털을 유지하며 이렇게 육아 일기도 쓰고 있으니 이제  정도 육아에 대해 감을 잡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형제 육아를 하며 몇 가지 유용했던 팁을 간단히 적어본다.


첫째, 아이들의 성향과 나의 성향을 파악하여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고 자극한다. 의외로 부모의 약한 부분은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애착관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즉 과거, 자신의 유년 시절 부모와의 관계나 기질 등을 파악하는 것은 현재의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부모로서 약해지는지, 어떤 상황에서 자존감이 올라가는지 등을 알면 부모로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할 수 있다.


아이가 둘인 경우, 각각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형제간의 문제가 다양한 것 같아도  양상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우리 집의 경우는 주로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와의 갈등이었다. 이제 첫째는 중요한 것을 둘째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둘째는 형의 물건들을 고장내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안다. 이 단순한 진리를 형제에게 가르치는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쟁 같던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는 우연한 기회로 상담을 받고 아이의 성향과 부모의 성향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담은 사실 한 번이 어렵지 한번 받아보면 별스러운 일도 아니다. 다만 경험상 돈을 좀 더 투자해서라도 숙련된 상담사를 찾아가기를 추천한다


나의 경우 부모로서 부정적인 부분, 가령 다혈질인 성격이나 피곤하면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는 것 등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치명적 단점이었다. 난 주로 예기치 않은 사고라던가 계획과 달라지는 경우 순발력이 부족한 편이었다. 이런 부분들은 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내가 조절해 나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컨디션이 조금만 떨어져도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다. 조금이라도 다운이 되거나 피곤해서 육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선 휴식을 취한다. 어릴 때는 아이들과 함께, 지금은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쉰다.  일들이 많은데 어떻게 쉬냐고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몇 시간이나 반나절 정도 미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또 순발력이 부족한 부분은, 타고난 성향을 바꾸기 힘드니 평소 철저하게 준비한다. 가령 아이들이 6살 8살인 지금도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여벌 옷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그리고 독박으로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들의 컨디션에 늘 신경을 써서 예기치 못한 이벤트(감기나 각종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오전 시간 활동을 많이 해서 아이들이 과하게 피곤하면 오후 시간 아이들의 일과가 망가질 수 있고 반대로 하루 종일 아이들이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밤에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무척 피곤한 일정은 오후로 넘기고, 차를 타는 시간도 잠깐 쪽잠을 잘만한 시간으로 잡는다. 그리고 날씨도 세심하게 체크한다. 아이들이 마냥 에너자이져 같아도,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약하고 여리다. 이런 케어는 엄마의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 우리 집은 둘째가 돌발 행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예방 차원에서 둘째 아이한테 미리 해야 할 것과 안 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가령 놀이터에서 놀 경우에는"흙을 먹지 않아요." "그네 옆을 지나다니지 않아요." "건널 목에서는 항상 멈춰 서서 차가 오는지 확인해요." 등 수십 가지를 그때 상황마다 매일 같이 이야기한다. 경험상 아이들은 한두 번 단도리를 하 걸로는 엄마의 말을 기억하지 않는다. 수십 번 수백 번 말해야 하나 정도 기억한다. 그냥 아이들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성향에 맞춰 대비를 하고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둘째, 원칙은 명확하게 그리고 최소한으로 한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약속은 최대한으로 지킨다.


아이들을 기르면서 규칙이 많을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규칙이 많고 안 되는 게 많으면 진짜 안 되는 게 뭔지 모른다. 우리 집의 규칙은 간단하다.

-누구든 때리지 않기.
-숙제는 군말 없이 하기.
-아침에는 서두르기.
-식판에는 딱 종류의 음식만 남기기.
-약속은 지키기.

나는 이제껏 아이들과 한 약속을 90%는 지켰다. 못 지킨 경우는 놀이터에 가기로 했는데 비가 온다거나 하는 불가피한 경우뿐이었다. 순간적으로 아이를 달래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안 되는 일들은 솔직하게 이래서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엄마를 신뢰하고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이 규칙을 안 지킬 때도 있고, 그것 때문에 아이들을 혼을 낼 때도 있다. 그럴 때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솔직해지려고 한다. "엄마가 아까는 네가 약속을 안 지켜서 화가 났어. 정말 미안해. 그리고 엄마가 혼을 내고 화를 냈지만 늘 너희를 사랑해."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도 이해를 한다. 엄마도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적여질 때도 있고 화도 내고 실수도 한다. 그럴 때 방어적이 돼서 오히려 아이를 몰아칠 필요는 없다. 부모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는 부모를 용서하고 이해해준다. 괜찮다며 달래 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모를 향한 사랑과 포용력은 어쩌면 부모보다 넓고 깊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셋째,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이다라는 것을 알게 한다. 형제간 서로에 대한 존중을 가르친다.


전에 형제의 육아로 상담을 했을 때 형제 육아 경험이 있는 아이의 선생님께서 나에게 형제 육아 시에 형에게 간식을 더 준다거나 뭐든지 형이 먼저 하게 해 주거나 하는 방법으로 서열을 잡아 주라고 하셨는데 나에게 그 방법은 도움 되지 않았다. 둘은 좋아하는 음식도 달랐고 첫째는 식탐이 많지 않고, 순서에도 딱히 관심이 다. 그리고 양보하는 데도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만 자기 영역이 확실한 아이 었다. 반면 둘째는 식탐이 엄청났고 순서와 양 등 모든 것에 집착했다. 어릴 때부터 옷이나 외모에도 관심이 무척 많았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것이나 엄마에게 사랑받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서열보다는, 형은 이런 부분을 싫어하고, 동생은 이런 부분을 싫어하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존중해 주기를 가르쳤다. 그리고 형제 각각이 나이별로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니 그 부분도 여러 번 설명을 해줬다.


갓 초등학교에 착한 형이 학교에서 일찍 와서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둘째가 속상해할 경우나 첫째가 자기만 학원을 다니는 것에 대해 억울해할 때, 나는 그 나이마다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충분히 설명을 해줬다. 아직도 둘째는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넷째, 둘만 있을 시간을 만들어서 표현한다 각각 아이들에게 애정표현 충분히 한다.


우리 집의 경우 첫째가 학교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둘의 생활이 달라져서 엄마와 형제가 각각 함께 있을 시간이 만들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최대한 함께 있는 아이에게 집중하고 애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첫째와는 주로 같이 공부를 하고 첫째의 취미 생활인 액세서리 만들기를 같이 하거나 침대에 누워서 꼭 안고 대화를 한다.


호기심 많은 둘째와는 함께 놀이터를 헤매며 관찰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둘째가 좋아하는 요리 활동을 함께 한다. 사실 형제 각각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 한두 시간 정도지만 애정이 충족된 아이들은 함께 있을 때도 사이좋게 잘 놀았고 형제간의 갈등도 많이 줄었다.


다섯째, 싸울 때는 둘의 말을 다 들어보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육아 프로그램에서는 마음을 각각 물어보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냥 같은 공간에서 아이들의 갈등을 조율하는 편이다. 사실 그것은 나의 편의 때문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감정을 표현을 하게 하는 것도 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에게는 최선의 방법이다.


여섯째, 아이들을 존중해주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크게 혼내지 않는다.


나는 놀이터나 아이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아이를 혼내거나 주의 줄 일이 있어도 위험한 행동이 아닌 이상 그 자리에서는 상황을 끝낼 정도로 간단하게 주의를 주고 집에 와서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크게 혼내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아이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집에서 이야기하는 편이 좀 더 간단하게 해결이 되고, 아이의 감정 조절을 하는데도 용이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나만해도 어린 시절 엄마가 친구들 앞에서 혼내거나 하면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더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놀이터나 친구들 앞에서 심하게 혼나는 아이들을 보면 복잡한 감정이 얼굴에 서린 채 의기소침해져 있다. 게다가 요즘 애들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집에서는 좀 더 간단하게 풀릴 마음이 놀이터에서는 실타래처럼 얽혀버리고 만다. 엄마도 다른 엄마들이 있는데 자녀가 반항을 하거나 말대꾸를 하는 것에 마음이 상하지만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은 부정적인 시너지를 일으켜 일을 크게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심하게 말대꾸를 하거나 규칙을 안 지키면 그냥 조용히 아이를 집에 데려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아이를 존중해주고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체면을 세워주려는 노력은 아이가 사춘기가 돼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겼을 때 부모와 자식 사이에 최소한의 선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집에나 자기 집의 생활에 맞는 규칙들이 있다. 물론 이런 규칙들이 없이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겠지만 이런 규칙들은 육아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방파제처럼 든든하게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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