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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Nov 23. 2022

좋은 선생님은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그러나 과연 좋은 선생님이란 뭘까?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교사로서 큰 행복이다. 아이들은 보통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데,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거나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아이들은 경쟁하듯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고 대답을 듣고 나면 신이 난 표정으로 돌아간다. 물론 내가 아이들의 담임이었다면 이 정도로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체육 교과를 전담으로 수업하고 있기에 누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외우는 일이 무슨 대수냐 할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 변명하자면 나는 이름을 외워야 할 아이들이 200명이나 된다...ㅠㅠ)

  나는 감사하게도 업무가 과중하지 않기에 중간에 비는 시간이 많이 생긴다. 아이들은 나를 보면 같이 놀자며 졸라대는데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들이 자신들과 놀아주는 선생님만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할까 염려되는 탓이다. 바쁜 선생님은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선생님이 바쁜 이유는 보통 2가지인데, 업무가 과중하거나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기 때문이다. 나는 교과를 전담으로 수업하기 때문에 한 번 준비한 수업을 4번 정도 반복한다. 따라서 담임선생님들보다 준비할 수업의 양이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감사하게도 업무가 과중하지 않다. 따라서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있는 것이다.

  점심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담임 선생님들은 점심시간이 가장 정신없는 시간이다. 급식지도와 더불어 다음 수업 전까지 아이들을 정돈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놀 때 가장 많이 다치는데 다치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담임 선생님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신경 써야 할 아이들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놀 시간이 있다.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거나 달리기 시합을 한다.

  아이들이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올 때는 정말 큰 기쁨을 느낀다. 내가 아이들을 혼내고 지도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내 말을 존중하지만 나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과 놀 때면 늘 불편하다. 이 아이들이 혹여나 나만 좋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자신들과 기꺼이 시간을 내어 놀아주는 나는 좋은 선생님이고 일에 치여 허덕이는 다른 선생님들은 나쁜 선생님으로 기억하면 어떡하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나도 언제든 그런 입장이 될 수 있기에 내가 더 서운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내색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이런 문제는 몰라도 된다. 아이들이 얼른 커서 이런 문제를 스스로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놀아주지 않는 선생님이나 놀아주는 선생님 모두 좋거나 나쁜 선생님은 아니다. 좋은 선생님은 이런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작은 요소로 결정되기에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전에 좋은 선생님이 어떤 선생님인지부터 알고 싶다. 나는 좋은 선생님이 어떤 선생님인지 모른다. 얼른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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