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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Nov 23. 2022

달리기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달리기는 재밌다.

  이번 주는 꽤나 바빴다.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나는 늘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운동을 꾸준히 멈추지 않고 하면 다시 시작할 일도 없을 것을. 나는 운동을 또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하리라 다짐하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월요일은 달리기를 나갔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는데, 꽤나 상쾌하고 좋았기에. 일단 새로운 동네에서 처음 달리기를 나가는 것이기에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코스는 어떻게 할지, 중간중간 길은 어떨지, 새벽에 나갈 예정이기에 어두운 길에 가로등은 있을지, 있다면 켜져 있을지 등등. 달리기는 겨우 5km 뛰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일단 나가본다. 밖은 어둡고 공기는 상쾌하다. 공기는 어제와 같지만 느낌은 다르다. 간밤에 내가 잠을 자며 새로운 사람이 되었듯 공기도 밤을 지나며 새롭게 된 것일까? 상쾌한 공기를 폐 끝까지 들이켠다. 혈관을 타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한 발짝 떼고, 이어서 다음 발을 내딛는다. 나는 어둠 속으로 달려간다.

  어둠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가로등이 곳곳에 켜져 있는 탓이다. 가로등은 이전 가로등에서 내뿜은 빛이 끝나기 직전쯤 위치해 있었다. 이전 가로등이 주는 밝은 빛의 혜택이 다해갈 때쯤, 새로운 가로등이 나를 반겨준다. 아무도 없는 길에 켜져 있는 가로등이 참 고맙다. 어제까지는 아무도 없었겠구나. 오늘은 내가 있으니 가로등은 제 목적을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가로등도 고마워할 것이다. 자신이 내놓은 빛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 것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기쁠 것이라 생각하며 달린다. 가로등이 고맙다.

  달리다 보면 오르막, 내리막이 나온다. 오르막은 올라가기 벅차다. 보폭을 줄인다. 좁은 보폭으로 천천히 올라간다. 고개를 땅 쪽으로 푹 숙인다. 위를 보지 말자. 올라갈 때 위를 보면 남은 길이 보인다. 내가 지나온 내 성취보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이 보인다. 성취감이 없이는 인간은 나아갈 수 없다. 남은 길만 보다가는 금세 주저앉는다. 앞을 보지 말자, 바닥을 보자. 바닥으로 고개를 숙이고 오르막을 얼른 통과한다.

  내리막은 또 다른 문제다. 내리막은 너무나 속도가 빨라진다. 내가 근육으로 통제하며 속도를 제어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무릎이 다치면 큰일이다. 속도를 줄이는 데 대부분의 힘이 들어간다. 속도를 줄이고 내리막을 내려간다. 오르막을 오르며 힘들었던 기억이 스친다. 아이러니하게도 힘들게 올라온 길을 쉽게 내려가는 것이 허탈하거나 힘들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인생에서도 이런 마음을 가져야겠다 생각한다. 오르기는 어렵고 내려가기는 쉽다.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 말자. 늘 감사하고 순간을 즐기자. 내가 내리막을 즐겼던 것처럼.

  달리는 코스에 터널이 있다. 터널은 놀랍도록 포근한 한편 시원하다. 터널 안은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조용한 길에 내 발소리만 타박타박 울려 퍼진다. 내 발소리가 이렇게 컸구나. 발소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자, 부드럽게. 조금 소리가 작아진다. 더 부드럽게. 터널은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 늘 돌아보며 살아야 하는구나. 또 새로운 것을 배우며 터널을 지났다.

  터널을 지나니 시골길이 펼쳐진다. 시골길은 탄내로 가득하다. 낙엽을 태우는 것일까? 무엇을 태우는지는 몰라도 저 멀리서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냄새는 고소하면서도 맵다. 상쾌한 공기는 어느덧 매콤함으로 가득하다. 매콤한 공기를 얼른 벗어나고 싶어졌다. 나는 더 속도를 높여 그곳을 지난다. 반환점이 코앞이다. 

  시계를 보니 2.5km를 달려왔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발걸음은 무겁고 다리는 힘이 빠져있다. 숨은 가빠오고 심장은 내가 멈추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다시 발걸음을 뗀다. 처음처럼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다시 0에서 시작한다. 다시 온 만큼 가면 된다. 처음 출발했을 때처럼, 처음 달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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