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선생님 Nov 28. 2022

집중력 풀가동! 이끌어내기.

볼수록 아이들은 참으로 대단하다.

  아침부터 흐리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가 오다 개다 반복하지만 하늘은 계속 흐리다.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것은 모든 교사의 숙제다. 교사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자신이 이야기를 할 때 듣는 이가 무시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는 말하고 설명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말을 할 일이 많으니 더 집중에 집착하게 된다. 집중에 관해서 아이들을 딱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한 번에 알아듣는 아이, 백 번을 말해도 듣지 않는 아이.

  한 번에 듣는 아이들은 참 대단하다. 나도 어린 시절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나는 어린 시절 보통 백 번을 말해도 듣지 않는 쪽에 속했던 것 같다.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선생님이 되어 집중을 하지 않는 아이들과 씨름하게 된 것이 나의 업보인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쩜 한 번에 집중해서 듣는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부류에 속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 번 말하면 듣고, 실행할 수 있다. 혹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바로 질문할 수 있다. 참으로 대단하다. 겨우 열몇 살, 기껏해야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인 열넷도 되지 않은 나이의 아이들이니!

  그러나 교사의 모든 관심은 집중을 잘하는 아이들에 있지 않다. 안타깝게도 10퍼센트의 아이들에게 90퍼센트의 신경이 집중된다. 이 아이들은 나를 쏙 빼닮았다.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너무나 큰 집중력이 쏠려있다. 집중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집중력을 원하는 곳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손장난, 친구와 하는 장난에 모든 정신이 집중되어 있다. 이 집중력이 얼마나 강한지, 교사의 말로는 쉽게 깰 수 없다. (실제로 여러 번 불러도 듣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교사들은 다양한 방법을 고안한다. 가장 쉬운 것은 집중 구호이다. 그러나 집중 구호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사용하기 어렵다. 아이들도 유치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나는 고학년과 수업할 일이 많아 주로 공백을 이용한다. 말을 하다 중간에 끊는 방법이다. 간단하지만 저학년에는 쓰기 쉽지 않다. 저학년 아이들은 교사가 지도하지 않으면 눈치로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당연한 일이다. 눈치도 학습을 통해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을 치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한다. 심한 장난을 치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뿐이다. 아이들은 순간 수업에 집중하는 듯하다 다시 집중력을 옮겨버린다. 다양한 기술들로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아이들은 금세 집중력이 틀어져버린다. (물론 나이를 먹고 보니 어른이 된다고 해서 집중을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집중하고 있지 않아도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는 뜻도 된다.)

  내 생각에 아이들을 집중하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같은 설명을 해도 예시를 들어 설명하여야 한다. 예시는 되도록 쉽고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좋아한다. 듣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행동이지만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을 와글와글 쏟아낸다. 아이들이 쏟아낸 두서없는 생각들을 수업과 연결하는 것이다. OO이가 말했던 것처럼 캠핑을 갔을 때는~, OO처럼 가게에서 물건을 사봤던 일이 있을 거예요.~... 와 같이 아이들이 나에게 이야기했던 경험을 긁어보아 수업과 이어 붙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늘 그런 경험이 있다. 한 명이 말하는 경험은 다른 아이들 대다수가 경험해본 일이다. (참 신기하다.) 자신의 일에는 쉽게 집중한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은 저학년 아이들과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보거나 경험한 화재 이야기를 쏟아냈다. 놀러 갔을 때 경험, 집에서 요리하다 실수했던 경험, 누군가 불장난하는 것을 본 경험, 학교에서 집에서 화재경보기를 봤던 경험. 나는 조용히 기다린다. 아이들의 경험을 긁어모으며 조용히 기다린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아준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지려고 할 때는 빨리 끊어준다. 이야기를 들으며 소재를 긁어 모아 내가 준비한 수업과 연결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오늘도 집중을 잘해주었다. 나는 집중을 잘하지 못했던 아이였다. 아이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들 아이들이 배우고 싶다고 선택한 내용도 아니다. 대학교 수업에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도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예비군에 가본 사람은 더더욱 뼈저리게 알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간단한 방법만으로 쉽게 집중한다. 아이들이 대단하다.

작가의 이전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