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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Dec 08. 2022

욕먹는 사람의 운명

선생님은 필연적으로 욕을 먹는다.

  공개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욕을 먹는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자리에 없을 때는 나라님도 욕한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교사를 욕한다. 뒤에서 욕하고, 들리지 않게 욕한다. 별명을 지어 부르기도 하고, 인신공격을 하기도 다반사다. 나는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다. 내가 듣지 않았는데, 나에게 들리지 않는데 알게 뭐야 싶다. 그리고 그렇게 욕할 수 있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눈치가 없다. 누군가 내 욕을 하면 전해주지 못해 안달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내가 꼭 알아서 욕한 아이들을 혼내길 바라는 것 같다. 그러나 때로는 이 아이들이 더 밉다. 욕을 한 아이도 밉지만, 나를 찾아 내 욕을 전해주는 아이가 더 밉다. 누가 선생님을 뭐라고 불렀어요, 누가 어떻게 욕을 했어요 하는 것 정도지만, 듣는 순간 기분이 상한다.

  아이들에게 들었다고 한들, 내가 이런 일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불러 대화를 시도해도 아이들은 오리발을 내민다. 내가 들은 것도 아니고, 본 것도 아니니.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잡아떼면 그만이다. (물론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알아본다고 한들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계속 안 했다고 하면 보내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오히려 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나는 알면서도 넘어간다. 누가 내 욕을 했었지. 

  때로는 아이들이 밉다. 그러나 아이들을 미워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가르친 사람의 잘못이다. 아이의 부모가 되었든, 이 사회가 되었든. 뒤에서 욕하는 것을 가르친 사회가 잘못이다. 아이는 비판이 아니라 비난을 한다. 내 행동이나 말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다. 지적하지 못한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 그러나 아이들은 날 비난한다. 원색적으로 욕하고, 별명을 만든다. 논리로는 이기지 못하니 감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밉고, 아이들에게 그런 방법을 가르친 사람들이 밉다.

  나는 대화를 거절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고, 내 생각을 이야기한다. 절대 강요하거나 내 생각을 주입하려 하지 않는다. 불만이 있으면 대화로 이야기하면 되는데, 이런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돌아가는 아이들이 밉다. 나는 아이가 미워졌다. 아이를 볼 때마다 오늘이 기억날 것이다. 아이에게 티 내지 않으려 애써야 할 것이다. 티 내지 않지만 아이를 미워할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미움받는다는 사실도 모르겠지만, 절대로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걱정이나 관심, 사랑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치졸하게 행동하는 나 스스로도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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