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하루다.
날이 흐리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다. 나는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조금 지나친데, 그것에 비해 생활 습관은 그리 건강하지 못한 편이다. 의지가 약한 것이 크다. 나는 의지가 많지 않다. 맛있는 것은 무조건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자야 한다. (내가 술,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축복이다. 내가 술이나 담배를 좋아했다면 영원히 즐겼을 것이다.) 장이 튼튼하지 않아 그렇게 좋아하던 매운 음식은 끊었지만, 아직 달거나 짠 음식은 즐긴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하루 중 가장 즐거울 때가 잘 때, 그다음이 먹을 때니까.
보통 나는 아프거나 컨디션이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늘 기운이 넘친다. 생활 습관에 비해 건강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나는 건강하다. 그러나 한 번씩 나를 불안할 때가 있다. 매체에서 어떤 병이나 질환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그때부터 굉장히 불안해진다. 잠깐 어지러웠는데, 혹은 잠깐 저렸는데. 기억이 살아나며, 불안증이 커진다. 내가 이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저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수업 중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가벼운 현기증이야 원인이 수 없이 많겠지만, 나는 원인을 모른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모르는 것이 두렵다. 모르는 것은 미지의 근원적 공포를 준다. 내가 모르는 질환에 걸렸다든지, 내가 모르는 곳이 아플지 모를 일이다. 어지러움은 5분가량 지속되었다. 내가 어릴 적 앓던 기립성 저협압도 아니었고,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머리가 어지러워 서있기가 힘든 정도의 어지러움이었다. 아이들에게는 티 내지 않고, 얼른 벽대 기대 섰다. 수업은 진행해야 하니까.
벽에 기대 호흡을 가다듬는다. 힘껏 소리를 지를 때처럼 공기를 가득 채우고, 압력을 높인다. 피가 머리로 쏠리는 것이 느껴진다. 숨을 참고, 다시 호흡한다. 다시, 괜찮아질 때까지 다시. 머리는 계속 어지럽고, 아이들은 나를 기다린다. 나는 아이들에게 티 내지 않는다. 호루라기를 가지고, 괜찮은 듯 말하며 다시 경기를 진행시킨다. 아이들은 경기에 빠져있다. 나는 덜컥 겁이 난다. 이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다행히 어지럼증은 5분 정도 뒤에 괜찮아졌다. 그러나 불안감은 커지고, 컨디션이 안 좋은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음의 힘이 이렇게 강하구나. 아프다고 생각하자마자 진짜 아파오는 것 같다. 괜히 몸에 힘이 없는 것 같고, 기운이 없는 것 같다. 다음 시간부터는 아이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협조를 부탁한다. 아이들이 협조해 주었다. (그렇다고 평소보다 더 잘 행동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오히려 아이들도 더 날뛰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혼내는 과정에서 컨디션이 더 괜찮아졌다. 아드레날린이 나와 그런가?)
조퇴를 달았다. 오늘은 집에 가서 쉴 것이다.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한다. 괜찮아져야 한다. 아픈 것은 끔찍하다. 병원에 가는 것도 싫지만 아픈 것도 싫다. 얼른 괜찮아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