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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Dec 12. 2022

문제아

문제가 있다면 푸는 방법도 있다.

  아침에 날이 맑다. 오후께부터 흐리다.

  문제아라는 말은 쓰기 쉬운 말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동의 줄임말일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은 문제아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은 문제아를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도저히 감도 오지 않는다. 왜 가만히 있는 다른 아이에게 모난 말을 하는지, 물건을 던지는지, 화를 내는지 이해를 못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문제아가 현장에는 너무도 많다.

  요즘은 분노조절장애나 ADHD와 같은 용어들이 일반화되어 이런 아이들은 병명으로 불리곤 한다. 분노조절을 못하는 아이도 많고, 집중력이나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들도 많다. 개중에는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도저히 사랑으로는 치유되지 않고,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이나 전문 상담사의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분명 교사의 사랑으로 정도가 나아지는 아이들이 있다. 수는 적을지 몰라도 분명히 있다.

  이 학교로 처음 오게 되어 문제아 몇을 만났다. 아이들은 말이 거칠었다. 외설스러운 욕을 쓰고, 서로 폭력적인 장난을 쳤다.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는 방식도 예사 아이들과 달랐다. 감정이 앞선다. 생각을 하고 말하지 않고 말이 우선 튀어나간다. 말이 답답하면 행동이 튀어나간다. 이 아이들은 뭐가 문제일까. 무슨 문제가 있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고운 말을 하면 고운 말이 돌아온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모르는 아이들. 선행에는 선행이 돌아온다는 단순 하디 단순한 진리를 모르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아이들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 때문에 지쳐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이들이 일으킨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담배에 손을 대거나, 자신보다 어린아이들을 집합시키거나, 중학생 형들로부터 명령을 받아 행동하는 조폭과 비슷한 행동도 일삼았다. 이런 아이가 한 명만 있어도 온 신경이 곤두선다. 이 아이에게 온 신경이 집중된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아이를 품지만, 아이는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 절대로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질 듯 말 듯 하면서 애를 태웠을 것이다. 그러다 잘못이 반복되면 선생님도 지쳐버린다. 선생님은 이 아이 한 명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30명 중에 29명이 눈에 밟힌다. 말을 잘 듣고 착실히 선생님을 바라본다는 죄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그렇게 1명의 아이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나는 30명의 아이들이 없다. 나는 담임이 아니기에 책임지는 아이들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 아이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썼다. 아이들을 만나면 말을 걸고, 인사해주었다. 수업 시간에 아이가 잘하는 것이 있으면 칭찬해주었다.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에게 장난을 걸어주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지적했다. 아이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지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없으니까.

  아이들은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멀리서도 나를 알아보고 '체육쌤~'하며 달려온다. 나는 체육선생님이다. 체육 선생님이 아니라, 체육선생님이다. 아이들은 나를 쌤이라고 부른다. 선생님과 쌤은 다르다. 쌤은 친근하다. 장난스럽다. 선생님처럼 훌륭한 느낌은 아니다. 나는 선생님과 친구 사이 그 어딘가에 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내 말을 듣는다. 나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짜증을 내지 않는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도록 지도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체육 시간에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풀게 해 주고,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을 들어주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아이들은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

  요즘 아이들의 행동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잘된 일이다. 내가 한 것은 많이 없다. 선생님들이 1년 고생해두신 일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다. 그래도 내 지분도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싶다. 나도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다. 나 혼자 한 것은 아니고, 내가 주도적으로 한 것도 아니지만 나도 한몫을 했다. 나도 작지만 지분이 있다. 내 덕에 아이들이 나아졌다.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농구 시합을 하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것도 다 선생님들이 배려해주신 덕이다. 감사하게도 신규 교사라고 업무적으로 많이 배려해주셨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 시간을 할애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받은 배려니까, 아이들을 배려하고 싶다. 아이들과 놀고, 서로 장난치고 놀리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어제보다 나를 더 따르게 되었다.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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