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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Dec 15. 2022

작은 실수

실수가 없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두 반씩 묶어 총 네 반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쳤다. 가르친다기보다는 아이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었다는 말이 옳을 것 같다. 아이들은 처음 잘 가르쳐두면 그다음은 알아서 잘한다. 경기 규칙도 똑같고, 진행 방식도 똑같기 때문에 아이들이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사실 두 반을 묶어 수업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거창하지만 나의 교사로서의 역량을 시험대에 올린다고까지 생각했다. 이 수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면 교사로서 내가 조금 더 성장했다고 스스로 믿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지난번 시험 수업은 큰 성공이었다. 두 반 아이들을 묶어 체육대회 비슷한 행사를 진행했을 때, 아이들은 재미있게 즐겼고 다친 아이나 우는 아이도 없었다. 모두 웃으며 돌아간 경험이 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커져간다. 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성공, 반은 실패였다.

  첫 시작은 괜찮았다. 아이들을 모아, 준비운동을 시키고 규칙과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지난번에 했던 그대로 아이들을 주의시키고,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날씨가 관건이었다. 밖에 꽤 많이 쌓인 눈이 아이들 신발에 그대로 붙어 들어왔다. 밖에 박스를 깔아 두고, 아이들 발을 털게 했지만 아이들이 열심히 털 리 없다. 애초에 목적이 눈을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킨 행동을 하는 것이니까, 눈이 잘 털릴 리도 없다. 눈은 아이들 신발에 그대로 있었다. 눈은 곧 녹았고, 바닥은 미끄러워졌다. 

  닦고 할 수는 없다. 시간이 없고, 닦으려면 나 혼자로는 역부족이니까. 그냥 진행하기로 하고, 급한 곳만 대충 닦았다. 그대로 경기를 속행했다. 경기는 항상 흥미롭게 진행된다. 나는 판을 깔아주기만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스스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이겼다 졌다를 반복하며 엎치락뒤치락한다. 점수판은 춤을 추고, 아이들은 더욱더 흥분한다. 넘어지는 아이는 없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경기는 계속되고, 어느덧 두 시간이 다 지났다. 시간이 말썽이다. 시간을 정확히 계산했건만, 중간에 비는 시간을 정확히 해두지 않은 탓에 딱 한 게임이 모자란다. 나는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무승부는 두 팀 모두에게 불만을 준다. 서로 자신이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아이들은 서로 자신이 이길 수 있었다고 여긴다.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5분 정도 지체된 탓에, 다음 반 아이들이 밖에 한가득이다. 이 아이들을 보내고 새로운 아이들을 들여야 한다. 

  새로운 아이들을 들였다. 준비운동을 시키고, 다시 경기를 처음부터 진행한다. 이번에는 순조로웠다. 아이들은 경기를 재밌게 즐겼다. 시간도 적당했다. 운이 좋았다. 경기 결과가 하나라도 달라졌다면 시간은 필연적으로 부족했을 것이다. 경기시간을 조금씩 단축했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패인은 시간 부족이구나. 알았다.

  다음 주에 또 같은 수업을 할 것 같다. 아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탓이다. 어차피 체육 시간은 다 같이 움직이고 체육 활동을 즐기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니만큼, 아이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은 수업은 없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는 오늘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겠다. 다음 주까지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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