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선생님 Dec 23. 2022

좋은 선생님 되기

방법은 단순하지만 고통스럽다.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나오는데, 여러 모습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의 특성을 알았기 때문인지 나는 다양한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를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다. 여러 영화를 보며 마치 내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처럼 다양한 삶의 태도를 가져와 나의 좌우명으로 삼곤 했다. 오늘은 내가 감명 깊게 봤던 영화 중 <록키 발보아>에 나온 주인공 '록키 발보아'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록키 발보아는 젊은 시절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록키는 무일푼의 복서 지망생이던 시절과 화려한 전성기를 지나 이제는 은퇴한 식당 사장이다. 그동안 미국의 챔피언과 싸워 이겼고, 러시아에서도 싸워 이겼다. 록키는 이제 늙었다. 그런 록키에게 젊은 챔피언이 이벤트 경기를 제안한다. 복싱의 전설인 록키가 현시대의 챔피언과 싸우면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은 자명했지만 록키는 처참하게 패배하고 명성에 금이 갈 것이다. 록키의 아들은 그런 사실을 알고 록키를 뜯어말린다. 아버지는 늙었고, 이제 싸울 수 없다고. 창피하니 그만하라고.

  록키는 여기서 말한다. 인생은 얼마나 많이 때리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맞느냐의 싸움이라고. 아무리 많이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고. 계속 견디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인생은 견디는 것이다.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계속 고통을 던져 줄 것이다. 인생은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가득할 것이고, 힘든 날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시시포스가 그랬듯, 아무리 힘든 노동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꺾이지 않는 방법이 있다. (시시포스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로, 신을 속인 죄로 돌을 산 위로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 돌은 산 꼭대기에 다다르면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진다. 굴러 떨어진 돌을 영원히 굴려 올리는 것이 시시포스의 형벌인 것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계속되고, 인생의 허무함을 알려 주려 하더라도 꺾이지 않는 방법은 바로 인생의 과정을 즐기며 견디는 것이다.

  좋은 선생님은 많다.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들도 많다. 그러나 그런 선생님들은 너무도 빨리 교직을 떠난다. 공무원인 교사의 특성상 월급은 오르지 않고, 매일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진상 학생과 학부모 한 명이라도 걸리는 날에는 인생의 허무함이 절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선생님들,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들은 금방 떠나간다. 견디지 못해 떠나간다.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견뎌야 할 것이다. 이 모든 힘든 과정을 견디고 인내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나를 시험할 것이다. 나는 계속 나이를 먹는 반면, 아이들은 영원히 그 나이, 발달 단계일 것이다. 아이들은 영원히 굴러 떨어지는 돌처럼 나를 바라볼 것이다. 또 나를 밀어 올릴 수 있겠냐고 물어볼 것이다. 얼른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가라고 비웃을 것이다.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이들은 오늘 지도한 내용을 내일 잊어버린다. 지금 지도한 내용을 한 시간 뒤에 잊어버린다. 그리고 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한다. 더 이상 잘못하지 않을 때까지 반복한다. 내 말은 아이들의 귓가에서 머물 것이고, 아이들은 계속 잘못할 것이다. 내가 지치고 지쳐, 더 이상 아이에게 잔소리할 힘이 없어지기 직전까지 아이들은 계속 잘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견딜 것이다. 나는 계속 견디고 인내할 것이다. 아이들이 나를 아무리 시험해도. 좋은 교사가 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이 모든 과정을 견디는 것. 이 모든 과정을 인내하는 것. 

작가의 이전글 아이는 약속을 지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