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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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뮤지컬이라 천만다행이야 ★★★☆☆
안중근 의사뿐 아니라 독립운동가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를 위해 나를 버린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나도 우리나라를 사랑하지만 내가 잡혀 고문을 당하거나 죽을 수 있다고 한다면 독립운동은 마음 한편에 넣어두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인 윤동주 님이 가장 현실적인 독립운동가라고 생각한다. 나도 독립운동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엔 나서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여러 의사, 열사님들은 달랐다.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해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바쳤다.
이런 분들은 모두의 귀감이 되는 만큼, 영화나 글, 드라마의 소재로 손색이 없다. 속된 말로 '쓱 써서 팽 풀어도' 명작이라고 불릴 만한 관심이 오기 마련이다. 실존했던 사람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는 부담만 이겨낸다면 부담이 적은 소재임은 틀림없다.
영웅은 원래 뮤지컬이 원작이다. 이 뮤지컬은 안중근 의사와 (혹은 의사 본인께서 직접 칭하신 대로 장군이라고 칭할 수도 있다. 의사 본인께서는 스스로 참모중장이라고 칭하셨고, 이토 암살은 전쟁 작전 중 벌어진 일로 전쟁 포로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를 원하셨으니.) 초대 통감을 지냈던 이토 히로부미 암살사건과 관련된 일화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얼빈이라는 알려지기 힘든 장소를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다 알정 도니 말이다. 안중근 의사께서 하얼빈 역에서 이토를 저격하고, 러시아어로 '꼬레아 우라'라고 외치셨다는 것까지 너무나 잘 알려진 일화이다. 덧붙이면 그 뒤에 이어진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께서 하셨다고 추정되는 말씀(...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까지, 너무나 대단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영화는 이런 대단한 스토리를 안고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적인 면에서 보면 다양한 면에서 내가 정말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차라리 담담하게 안중근 의사를 인간 안중근으로 풀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독립운동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보면서 공감과 감동이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과하다. 필요 없는 코미디, 장면 전환 연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의 CG, 자신을 살려준 은혜를 잊어버리고 안중근 한 명만 따라다니는 악독한 일경과의 결투 장면, 러브라인, 명성황후 시해 장면(나는 명성황후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내가 조선의 왕비다'와 같은 장면은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죽은 것은 정말 화나는 일이다. 그러나 명성황후는 자신의 죄로 우리나라 국민들에 의해 심판받았어야 한다. 일본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 자체는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조선의 왕비비다와 같은 말은 명성황후를 지나치게 신격화하고 그가 행한 악행을 모두 미화할 위험이 있다.). 어느 것 하나 과하지 않은 것이 없다. 스토리는 정말 중구난방으로 흘러간다. 안중근의 과거에서부터 이토를 저격하고, 재판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중구난방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과한 것이 과하지 않게 느껴진다. 분명 하나하나 떼어놓으면 과하기 그지없는 억지가 난무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과한 무대식 화장처럼, 그저 뮤지컬 작품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발리우드식 노래, 연출과 장면 장면마다 보이는 할리우드식 뮤지컬 영화의 연출, 거기에 우리나라만의 신파와 실없는 코미디까지. 얼핏 들으면 기괴하지만 나름 볼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