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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Dec 25. 2022

[영화 리뷰] 시각효과팀의 포트폴리오

아바타 - 물의 길, 2022

  나는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영화를 좋아하고 오래 보다 보니 스토리를 넘어선 장면 연출과 다양한 장치들, 감독의 색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감독만의 철학을 화면 구성에서 엿볼 수 있게 되었고, 대단한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만의 취향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바타를 2D로 보았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때도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2D로 봐야지와 같은, 쓸데없는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도 그 고집은 유효하다. 나는 2D가 주는 느낌이 좋다.) 그래서 아바타가 가져왔던 3D 연출에 관한 혁명적인 발달보다는 스토리나 연기에 조금 더 집중해서 보았고, 사람들이 열렬한 찬사를 보냈던 아바타에 대해 평이한 (혹은 평이한 것보다 조금 부족한) 영화라는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아바타는 소재, 인물, 연기, 연출 뭐 하나 탁월한 것이 없었다. 주인공이 적대한 곳에 가서 그곳을 대변하게 된다는 스토리는 널리고 널렸다. 인물은 뭐 하나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 전형적인 주인공에 전형적인 악당. 주인공은 멋이 없고 악당은 악랄하기만 하다. 고뇌가 없는 착함과 이유가 없는 악랄함은 비웃음만 가져오게 되는 법이니까. 연기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표정이 잘 드러나지도 않는 파란 피부를 한 탓에 목소리로만 표현되는 연기라니, 정말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드러나지 않은 연기였다. 3D 상영을 고려한 연출 이외에 탁월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의 이러한 개인적인 취향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는 찬사를 받았다. 나도 찬사를 받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평면에만 머물던 영화의 한계를 입체로 가져온 것은 당연히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영화는 생동감을 얻게 되었고, 이제 앞으로 튀어나오게 되었다. 움직이게 되었고, 물을 내뿜게 되었다. 한마디로 생명력을 얻었다. 영화는 이제 더 재미있게 되었다. 내가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지 않지만 스마트폰을 만든 그의 업적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듯, 아바타를 만들었던 제임스 카메론의 업적도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바타의 속편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볼까 말까 망설였다. 1편을 재미있게 보지도 않았고, 이런 식의 영화는 질색이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 취향이) 하지만 영화를 폭넓게 본다는 것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아바타의 속편을 보고 아바타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아바타를 보고 내 취향이 아직은 확고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다양한 이 유이 있었는데, 크게 몇 가지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1편에서 전혀 발전하지 않은 내용

  내용적인 부분에서 전혀 발전이 없다. 1편에서 보였던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락영화 같은 진부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런 클리셰를 너무나 많이 봐서 시각적인 부분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미 이 영화를 보았던 것인지 착각이 들만하다. 정말 재미가 없다. 정말, 정말 재미가 없다. 한 장면만 보고도 스토리가 그대로 예상이 간다. 거기에 개연성은 정말 없다. 개연성이 너무나 없어서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관객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또 억지 설정을 끼워 넣는다. (가장 큰 예로 툴쿤은 싸우지 않는다는 괴상한 설정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싸우지 않아도 왕따는 시켜도 되는 건가...? 그리고 나중에 싸웠으니 결국 다시 쫓겨나는 건가? 그리고 물 부족은 툴쿤과 가족이라면서 자기들끼리는 왜 이리 싸우는지...) 설득이 되지 않으니 짜증이 난다. 짜증이 나니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2. 억지 서사

  행성을 침략했는데 숲부족 물부족 타령하는 나비족, 왜 왕따를 시키는지 모르겠는 아이들, 왕따를 시키든 말든 자식 탓만 하는 아버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피했다면서 싸우는 가족들, 싸움에 어린이까지 데려가는 주인공. 항상 짐이 되는 인물이 나오고, 악역에게도 가족을 보면 인간성이 드러나고, 악역의 가족은 그럼에도 악역을 미워한다.

  뻔한 스토리는 위험성이 적지만, 그만큼 재미가 없다. 이런 설정이나 스토리는 80년대 영화에서도 진부했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대단하다. 일단 시각 효과가 굉장하다. 색감이나 질감, 표현 방식이 대단하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물을 표현해 낸다. 물방울을 어떻게 저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지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속에서의 장면이 나오면 몰입감이 배가된다. 그러나 물 밖으로 나오면 잠이 든다. (실제로 영화를 보던 중 두 차례정도 졸았다. 별로 없는 스토리를 길게 늘이려다 보니 정말 지루했다. 하지만 물속 장면이 나오면 별 스토리가 없어도 잠이 확 깼다. 시각 효과의 굉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말하고 보니 영화라기보다는 시각효과팀의 포트폴리오 같은 성격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영화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방식이 어찌 되었든,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우리 기술 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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