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라니, 뭉치라니.
흰 강아지가 들어왔다. 운동장을 보니 강아지는 눈 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아이들에게 알은 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강아지를 보고 반가워했다. 시골 학교라서 그런가, 길 고양이는 요즘 흔하지만 강아지는 못 본 지 꽤 되었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당황스러워 지나가는 아이를 잡고 물었다. 혹시 누구 강아지인 줄 알아? 아이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 강아지는 주인이 없다. 주인이 있었을 것이다. 목걸이가 있는 것을 보니. 빨간색 목걸이를 한 흰 강아지는 이리저리 운동장을 뛰어다닌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강아지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좋아하지만 지금 내 관심사는 강아지가 아니다. 혹시 이 강아지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예방접종은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가 물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모든 아이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에,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느낄 공포도 생각해야 한다. 일단 나는 교무실로 달려갔다. 강아지가 들어왔는데 어떡할까요? 여쭤보니 묵묵부답이다. 내가 결정해야 하는구나.
일단 다시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몇몇 정이 많은 아이들은 강아지를 쓰다듬고, 강아지에게 손을 내어주고 있다. 강아지는 너무도 귀여웠다. 그러나 결국에는 이 아이도 동물이다. 교육이 되어있는지 아닌지 모르기에, 얼른 강아지를 아이들로부터 떼어놓아야겠다 마음먹었다.
얼른 아이들에게 들어가라고 일렀다. 아이들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듯, 계속 뒤돌아본다. 계속 뒤를 돌아보면 강아지는 신나서 아이들을 따라간다. 나는 아이들에게 일렀다.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앞으로 가라고. 아이들은 내가 소리 지르는 것을 듣고서야 발걸음을 옮긴다. 건물 앞에서 문을 다 닫으라고 일렀다. 건물에 들어가면 큰일이다. 잡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강아지는 나를 바라본다. 자신을 쫓아낼 준비를 하는 나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강아지야 미안하다. 그러나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미안해. 강아지를 쫓아내며 강아지에게, 나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여기에 있다. 아이들의 안전이 나에게 최우선이다. 아이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강아지는 너무 귀엽지만, 너무 가련한 생명이지만 쫓아내야 한다. 이 추운 겨울 속으로, 눈 밭으로 쫓아 보내야 한다.
강아지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아이들을 건물 안으로 들여보냈다. 뒤를 돌아보니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나에게 묻는다. 뭉치 어딨 어요? 그새 이름까지 지어줬구나. 뭉치라니. 너무나 귀여운 이름이다. 바깥세상은 작은 뭉치에게는 가혹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선택권이 없었다.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나의 우선순위였으니까.
뭉치의 눈망울이 나의 눈에서 떠나지 않는다. 검은 눈동자를 한 뭉치. 나를 바라보던 뭉치. 쫓아내던 나에게 한 번 짖지도 않는 착한 뭉치. 밖에 얼마나 있었는지 흰 털이 꼬질꼬질해진 뭉치. 뭉치 너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아이였겠지. 어떤 이유로든지 누가 너를 밖에 버렸겠지. 뭉치야, 미안하다. 너를 죽음의 가운데로 몰아내서 미안하다. 뭉치야, 나를 원망하고 너를 버린 인간들을 원망해라. 귀엽다며 데려와놓고 너를 밖에 내어 둔 인간들을 원망해라. 동물을 사랑한다며 마음대로 동물을 버리는 인간을 원망해라. 모든 생명의 가치가 동일하다면서도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너를 추위 한가운데로 몰아낸 나를 원망해라, 뭉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