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전은 멀리 있고 우선순위는 책상 위에 있다

by DJ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할 때, 비전은 밤하늘의 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어두운 길을 밝히고, 목적지를 잃지 않게 해주는 중심점입니다. 비전은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특히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한 오늘날, 비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과 성장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위대한 비전도, 그것이 조직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선순위’입니다. 비전은 대개 추상적입니다. 미래지향적인 문장과 고귀한 표현으로 꾸며져 있지만, 그 자체로는 조직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를 실현 가능한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매일 부딪히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립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조직의 역량과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어떤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다시 말해, 우선순위는 비전을 현실로 바꾸는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선택과 포기를 수반합니다. 조직의 시간, 자본, 인력은 모두 한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일을 잘해내려는 시도는 때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다 중요하다’는 말은 사실상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리더는 때때로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이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전략적 판단이며, 책임 있는 리더십의 모습입니다.


핵심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그 수를 되도록 3~5개 이하로 제한해야 합니다. 이 이상이 되면 집중력은 분산되고, ‘우선순위’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리더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고르고, 나머지는 과감히 밀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우선순위는 리더 자신의 집중력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리더가 어떤 주제에 시간을 투자하고, 어떤 회의에 참여하며, 어떤 과제를 직접 챙기는지가 곧 조직 전체의 방향을 암시합니다. 리더가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구성원들도 반드시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결국, 리더가 집중하는 일이 조직의 우선순위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업무를 세 가지 수준으로 분류합니다.

1번 과제는 반드시 탁월하게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조직의 핵심 목표는 흔들리며, 비전의 실현은 요원해집니다.

2번 과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지만, 일정 수준만 충족하면 됩니다. 최고 수준이 아니더라도 조직 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3번 과제는 하면 좋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여유가 있을 때 고려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 중요한 일을 미뤄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분류를 기준으로 저는 자주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 일은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일정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은 일인가?”
이 질문은 매일 내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비전은 혼자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조직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만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함께 움직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먼저 ‘무엇이 중요한가’를 외쳐야 합니다. 그 외침은 다름 아닌 리더의 몫입니다. 리더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말한 일에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도 따라 움직입니다.


비전은 멀리 있는 듯 보이지만, 우선순위는 바로 오늘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 하루의 선택들이 결국 비전을 현실로 이끄는 길이 됩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3화조직의 나침반, 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