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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을 바라기보다 역량 쌓기

by DJ

요행을 바라지 말고 역량을 쌓아야 한다는 말은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느냐, 단단한 땅을 밟고 걷느냐의 차이와 같습니다. 얇은 얼음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끄럽고 쉽게 건너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위험을 품고 있습니다. 반면 단단한 땅은 속도가 조금 느릴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이 안전하고, 결국 먼 길을 갈 수 있게 합니다. 삶에서 요행은 얇은 얼음이고, 꾸준한 역량은 단단한 땅입니다. 얼음 위에서 운 좋게 몇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균열은 찾아옵니다. 견고한 기반은 오직 스스로 쌓아 올린 실력에서만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사람은 종종 자신을 과신하며 그 얼음 위를 뛰어다니곤 합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은 필요하지만, 과신은 시야를 좁히고 주변의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높은 산 정상에 올라서 내가 세상을 다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을 할수록 오히려 발밑의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쉽습니다. 자신감이 등산화를 단단히 묶어주는 행위라면, 과신은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정상에 오르겠다는 태도와 비슷합니다. 순간의 자신감에 취하면 결국 작은 위험에도 흔들리고, 잘못된 판단을 쉽게 하게 됩니다.


또한 조급한 마음은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판단을 어지럽힙니다. 급하게 불을 끄려다 오히려 바람을 더 세게 불어붙이는 것처럼, 조급함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문제를 더 크게 만들기도 합니다.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서둘러 결론을 내리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결과를 만들려고 하면 결국 뿌리가 약한 나무처럼 쉽게 쓰러지게 됩니다.


삶은 늘 다양한 갈림길을 보여주고, 그때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요행을 버리고 역량을 쌓는다는 것은 그 갈림길에서 흔들리지 않을 ‘기본 체력’을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체력이 있는 사람은 거친 길도 견디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지만,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작은 오르막에서도 숨이 차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역량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선택, 작은 성찰, 작은 시도가 쌓여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영점조준처럼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만들어 줍니다. 요행을 바라면 순간의 행운은 얻을 수 있지만, 그 행운은 결코 나를 오래 지탱하지 못합니다. 반면 꾸준히 쌓아 올린 역량은 때로는 느리더라도 반드시 나를 지켜주고, 더 넓은 선택지를 허락하며,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얇은 얼음 위의 행운을 좇지 말고, 단단한 대지 위에 나의 발을 디딜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힘이야말로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유일한 기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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