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이미 그 일을 하는 사람을 그 자리로 올린다

by DJ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분명히 달라집니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건물을 바라보아도, 지면에서 보는 풍경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전혀 다릅니다. 회사라는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과장의 시야로 일하면 회사는 나를 과장으로 인식하고, 과장의 역할 안에서 나를 평가합니다. 반대로 부장의 시야로 조직을 바라보고 판단하며 행동한다면, 회사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부장의 자리로 이동시키려 합니다. 직함은 명함에 먼저 찍히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 속에서 먼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스스로 선을 긋습니다.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다, 여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결정은 상사가 하는 것이다라는 말들은 순간적으로는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동시에 나 자신의 가능성을 조용히 잘라내는 칼이 됩니다. 역할을 핑계로 능력을 제한하는 순간, 성장은 멈춥니다. 우리는 흔히 조직이 나를 가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경우 내가 나를 가두고 있습니다.


사람은 생각한 만큼만 움직이고, 움직인 만큼만 인정받습니다. 과장의 자리에서 일하면서도 부장의 고민을 함께 하고, 팀 전체의 방향을 고민하며, 한 단계 위에서 의사결정을 가정해보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게 보입니다. 반대로 직무 설명서 안에서만 움직이며 주어진 일만 정확히 해내는 사람은 안정적일 수는 있어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조직은 늘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다음 자리로 올려보냅니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때로 자기합리화의 위험을 동반합니다. 내 일이 아닌 영역까지 무리하게 끌어안으며 스스로를 소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히는 것입니다. 더 높은 자리에 가고 싶다면, 먼저 그 자리에서 보이는 고민과 책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리에 오른 뒤에 배우겠다는 태도보다는, 오르기 전에 이미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입니다.


우리는 모두 무궁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막는 것은 조직도, 상사도, 환경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나 스스로 만들어낸 경계입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나 자신을 가두지 말아야 합니다. 한 단계 위의 시야로 생각하고, 한 단계 위의 책임을 가정하며 일할 때, 조직은 그 변화를 먼저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자리는 결과로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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