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걱정하는 동물이다. 위험을 피하고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고 과거의 실패를 반복해서 떠올리며 대비하려 한다. 원시 시대에는 이러한 본능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언제 어디서 맹수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위험을 예상하는 것은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 본능이 오히려 우리의 정신적 평온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걱정하고, 일이 진행되는 동안 긴장과 불안 속에서 고통받고, 일이 끝난 후에도 그것을 되새기며 후회하고 자책한다. 마치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끊임없이 되감기를 누르는 것처럼, 불필요한 고통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걱정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현실에서의 경험보다 상상 속의 고통을 더 많이 겪는다. 그리고 이는 불면, 스트레스,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를 불러오며 악순환을 만든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 더 고통받는다."
실제로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다. 예상했던 불행이 현실에서 그대로 펼쳐지는 경우는 드물고, 설령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현실보다 상상 속의 불행이 더 크고 강력한 것처럼,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고, 이미 끝난 일에 대한 후회 속에서 다시 고통받는다.
"그때 끔찍했다고 해서 이미 지나간 고통을 끌어안고 또 끔찍해할 필요가 무엇인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반복해서 되새기며 후회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아니던가? 또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현재를 낭비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는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불안에 사로잡혀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한다. 과거의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라 새벽에 잠에서 깨기도 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뒤척이다가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렇게 불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나면 다음 날의 컨디션은 엉망이 되고, 업무의 효율은 떨어지며, 결국 더 큰 스트레스와 피로 속에서 또다시 걱정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걱정은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어려운 감옥과도 같다.
그러나 우리는 걱정이라는 감옥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 과거의 일은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은 오직 ‘현재’의 것뿐이다. 걱정이 밀려올 때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실행한 뒤, 더 이상 불필요한 걱정 속에서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불안과 후회로 현재를 낭비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