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어려울 때가 있단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어려움이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왜 유독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올까 하는 순간이 있어. 그때 라디오를 틀어보기 바란다. 세상 일에는 절대로 되는 일도, 절대로 안 되는 일도 없단다.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지.
라디오에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지. 성적 떨어진 이야기, 이별이야기, 사랑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나에게 닥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지혜를 주기도 한단다. 설사 해결할 수 없다고 해도 잠시나마 그 일을 잊게 해 주기도 하지.
아빠는 밤에 주로 별밤-별이 빛나는 밤에- 을 들었단다. 공부하다가 머리가 아플 때, 공부가 안될 때..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문세의 이야기는 아빠에게 여유를 주곤 했지. 우리는 별밤의 디스크자키를 별밤지기라고 불렀어. 별밤지기가 읽어 주는 편지는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울기도 하고, 나의 사랑은 아니지만 공감도 하고, 내 가족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웃기도 했단다.
지금도 30년 전과 같지만 10시의 시작 음악은 또한 설렘이기도 해. 오늘은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나와 같은 나이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가끔 내가 아는 친구들이 적은 편지가 소개되기도 하고, 그것이 우리들의 이야기라면 더없이 좋았단다. 친구가 지나가며 “오늘 내 편지가 읽힐지 모르니 한번 들어봐” 혹시나 우리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고 흘러나올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지...
그리고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도 한가한 주말 오후나 방학 때면 자주 듣고 했어. 아 그러고 보니 이런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팝송을 듣기도 했네. 친구가 신청한 노래가 들려오기도 하고, 구하기 힘든 테이프나 LP판(그때는 CD는 없었고, 전축이라고 불리는 것에서 돌려지는 것)의 음악을 듣기도 했지.. 라디오에서 나오는 가사가 마치 내 것인 거 마냥.ㅎㅎ
눈에 보이는 텔레비전 보다는 라디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너에게 줄 거야. 처음에는 텔레비전보다 재미가 없겠지만 눈으로가 아닌, 귀로 머리로 가슴으로 전해 오는 라디오의 소리는 너에게 많은 상상을 하게 해 줄거라 아빠는 믿는다.
2013.02.05 서울 가는 KTX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