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인가 부모가 아이에게 전해주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밥 잘 먹게 해 주는 거랍니다. 물론 밥 먹을 수 있게 직업을 정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자신의 한 끼를 자신이 맛있게 챙겨 먹게 하는 것도 이 글의 뜻이 아닐까라고 이해합니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때던가?
그때는 2부제 수업이라서 오전반을 마치고 집에 오면 어머니께서 챙겨놓은 밥이 있었습니다.(국민학교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내가 하교하는 시간에 집에 안계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집에 친구가 같이 왔는데 밥이 모자라서 밥을 한번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였기에 지금같이 전기밥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쉽게 압력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양은냄비에 밥을 했었습니다. 엄마가 하던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서 가스불에 밥을 했는데 3층밥을 지었습니다. 설익은 밥, 중간에는 잘된 밥, 그리고 맨 아래 탄 밥... 친구에게는 그럭저럭 잘된 중간 밥을 주고 나는 설익은 밥을 먹으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아주 내가 자랑스러워 퇴근하고 오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자랑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밥을 혼자 해 먹었다는 자랑스러움 보다는 가스로 인한 사고를 걱정했던 모양입니다. 얼마나 혼났는지...
지금도 서운함이 남아있지만 막상 내 아이에게 음식 하는 법을 배워주기까지는 거의 4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음식과 친하게 하고, 불 가까이 가게 하고 조심스럽지만 가스불을 사용하는 법을 배워주었습니다. 요즘은 밥을 전기밥솥이 하니 특별하게 배워 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밥을 맛있게 하는 법은 배워주었습니다. 아니네요. 아직 정말 맛있는 밥인 양은냄비 밥과 가마솥 밥하기는 알려주지 않았네요.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대학 다닐 때 봉사에 가서 내가 가마솥밥을 해서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밥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그런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 주어야겠습니다.....
이제 아이가 혼자서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터득해 가고, 계란말이을 나에게 해 줍니다. 몇 년을 걸쳐 아이가 혼자서 한 끼를 너끈하게 준비하고 맛있게 먹게 되니 그 옛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밥 해 먹기에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웠을 부모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음식을 하고 있을 때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봅니다. 혹시나 다치지 않을까 하고요...
중1이 되고 나니 이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오늘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일까? 또 뭐가 다른 음식일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앞섭니다.
순간순간 아이와 공부, 핸드폰라는 주제로 한 번씩 대판 ~~ 싸우기는 하지만, 아이가 삶의 방식을 배워가는 것을 보고 있을 때가 훨씬 더 행복합니다. 내 아이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있을 때 이런 즐거움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이에게 배워주고 싶은 것들(밥 하기, 여행하기, 세월이 지나감을 감사해하기, 그리고 사랑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결혼하기, 아이에게 음식 만드는 법 배워주기, 내가 좋아하는 음식 아이가 똑같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알게 하기, 내가 살 곳을 지어보기-이건 나도 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고민되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하기 등 )중에서 이제 몇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나와 집사람이 해본 것을 아이도 자연스럽게 하면서 살아가기 바랍니다.
2014.3.9
2025년 아이는 자라서 25살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딸이 저녁식사를 책임집니다.
물론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기는 하지만 최근의 핫한 음식을 잘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