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배워주기
대리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한참 하다가 기사님이 자동차 운전을 부친에게서 배웠고 그래서 지금도 조심조심, 그때 배운 대로 한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나도 20여 년 전 대학을 입학하고 아버지로부터 자동차 운전을 배웠다. 운전면허를 딴다고 하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뭘 어쩌되기라도 한 듯 아버지가 아침마다 운전하는 방법을 배워주셨다. 아마도 화도 내셨으리라.
정차할 때는 앞차의 뒤쪽 바닥이 보이면 차간 거리가 충분한 거야,
주차할 때는 항상 뒤를 보고 사람이 있나 없나 확인해야 해,
운전대를 잡으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둘러 가지 말고 ,
차를 운전하기 전에는 타이어가 펑크가 없는지 한번 주욱 둘러보고,
겨울에는 차가 얼어 있으니까 예열을 좀 하고 운행하고(뭐 지금은 엔진이 좋아서 그럴 일은 없다.) 등등..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내 부모님은 나에게 많은 것을 배워주셨다.
국민학교 때는 연탄보일러를 사용했기 때문에 겨울저녁이면 항상 아버지랑 함께 연탄을 바꾸어야만 했다. 연탄의 매캐한 연기가 괴롭혔지만 항상 그 일은 나와 아버지의 일이었다. 연탄구멍을 잘 맞추어야 연소가 잘되고, 연탄가스가 적게 나온다고 하셨다. 그리고 연소가 다 된 연탄은 집 앞 얼음으로 길이 미끄럽지 않게 깨는 일까지....
연탄보일러는 주기적으로 안에 있는 물을 바꾸어 주어야 했다. 몇 달 사용하고 나면 깨끗한 물에 침전물이 생겨서 막히게 되니 교체를 해야 했던 것 같다. 3개의 방을 모두 그렇게 교체하고 나면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연탄보일러에서 기름보일러로 교체할 즈음 우리 집 구들장은 아버지가 직접 교체를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람을 쓰셔도 될 듯한데 그때 아버지는 구들을 뜯고 다시 호스를 바닥에 깔고 모래를 덮고...... 나랑 같이 하셨다.
아.. 그리고 재수를 하고 합격자 발표가 나던 날...
그날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합격했음을 알려주는 ARS를 들으시고 난 뒤 저녁 소주를 사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김치 안주에 소주를 준비하시고는
이제 너도 성인이니 술을 배워야지..
윗사람과 술을 마실 때는 양손으로,
그리고 잔을 비울 때는 약간 몸을 돌려서 마시고,
술은 과하지 않게 마셔야 한다.
술을 따를 때는 넘치지 않게 80%를 채우는 것이 보기 좋다.
그렇게 첫 술을 배웠다. 어렴풋 하지만 아버지랑 그때 깡소주(김치만 먹었으니) 2-3병을 마셨던 것 같다. 고주망태가 되지는 않았다고 기억한다.
이제 내 아이가 자꾸 자라고 있다.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살아가는 법을 배워주고 싶다. 아버지가 그 옛날 내가 같이 술을 마시기를 기다리셨던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꼭 같이 해보고 싶은 것이 몇 가지가 있다.
마음껏 세상을 볼 수 있게 운전 배워주기, 첫 술은 나와 함께 하기, 아이와 배낭을 메고 걸어보기, 철인 3종 같이하기..... 뭐 이런 것이다.
내 아이는 세상살이가 힘들 때 나를 찾아와서 ‘아빠 한잔할래?’ 이렇게 말해 줄까? 아마도 그건 나의 몫이 아닐까 한다.
2014.8.23일
제주도 모임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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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대학 합격한 날 첫 소주를 주었다. 소주는 8할 정도 따르는 것이 예의이고, 나이가 많은 분과의 자리일 때는 양손으로 그리고 술을 마실 때는 몸을 살짝 돌리고...
아이의 운전은 내가 배워주었다. 가족 간에는 절대 하지 말라는 운전연습을 과감하게 무시하고 했다. 절대 화내지 말자고 다짐했고, 그걸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