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주말이다. 아니 아무 일 없는 주말이다.
운동하다 다리에 문제(!)가 생긴 지 한 달이 되었는데 영 빨리 좋아지지 않는다.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 있기로 했다. 아점을 해결하고 책을 보다 보니 또 글을 쓰고 싶어진다.
뭘 쓸까?
두리번 대다가 방에서 쉼 없이 자고 있는 아이가 눈에 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으로 빵을 먹더니 다시 자기 시작해서 점심을 훌쩍 넘겨버린 지금까지 꿈나라다..
가끔 선잠을 자는지 다리를 까딱까딱..
마음으로는 좀 일어나서 뭔가를 했으면 하지만 그러지는 않는다.
잠을 푹~~ 자야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뭐 또 기말고사를 마쳤으니 굳이 아이를 깨워 뭔가를 하게 할 이유도 없다.
처음부터 아이의 늦잠에 대해 너그럽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믿는 나이기에, (지금도 나는 남겨진 일이 있으면 새벽에 잠을 깬다. 4시든 5시든 일어나서 한다.) 아이도 부지런히 새벽에 일어나 뭔가를 하길 바랐다.
하지만!!!!
아이는 밤늦게 까지 TV를 보고, 아이들과 SNS 채팅을 하고 늦게 자니 당연히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된다.
토요일 일요일 점심에 일어나는 거는 다반사였다.
아이의 늘어진 잠을 두고 보지는 않았다.
뭐 아이와 한바탕 싸움을 벌이곤 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못 참겠는지
-아빠 나는 야간형 인간이다.
-그래도 일찍 일어나는 건 어떠냐
-아빠와 나는 달라
-넌 내 아이니까 나랑 같을 거야…
아침형 인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구한다. 나는 뭐 믿고 있었다.
그런데 김정운 작가가 말한 대로 그럼 일찍 일어난 벌레는 왜 일찍 일어난 새에게 일찍 잡혀먹는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니 어쩌면 나의 믿음도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자연이다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하고 난 뒤의 초조함
‘전에는 시간 맞춰 일어나야 했지만 이제는 잠에서 절로 깨어날 때까지 잘 수 있다. 일찍 깨면 나 하고픈 일을 하면 되고, 늦잠을 자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다. 안방에서 시계가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 불안한 눈길로 시계부터 보는 게 아니라 새소리를 들으며 이불속에서 뒹굴 수 있다. 아이들 역시 늘어지게 자곤 했다. 그래서인지 탱이 키가 쑥쑥 자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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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2015년 7월 11일 토요일에 적은 글이다. 아이가 중2 때였다,
이어서 적어보자면 이렇게 자란 아이가 이제 어른이고 아직도 아무 일 없는 날이면 늦잠을 즐긴다.
물론 나는 나이까지 들었으니 새벽에 일어나고.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새벽까지도 일을 마무리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는 새벽 4시에도 일어나 준비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아이가 자라면서 세심한 관찰을 해보니 그냥 푹~~ 자게 놔둬도
지일은 지가 잘 알아서 할 것라는 확신이 들었다.
뭐 지 인생인데 내가 감 놔라 배 놔라 해봐야 싸우기도 했고.
굳이 미리 걱정을 하지 않기로 한 그러니까 포기에 가까운 부부의 결단이 크게 문제가 없음을 이제는 안다.
딸.. 오늘도 푹 자도 괜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