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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로 만나,
부부가 되어 가는 삶

1화. “연애는 몰랐던, 결혼의 시작”

by 김현정
AI 창작물


연애 마침표. 결혼 느낌표.

연애는 우리에게 마침표였다.

충분히 사랑했고, 확신했고,

그래서 결혼을 선택했다.

손을 잡고 영화 보며 웃고,

좋아하는 음식에 함께 감탄하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안다고 믿던 시간들.

어느새 익숙해진 그 사람 곁에서

이제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마음.

우리는 그렇게 ‘결혼’이라는 문장에

사랑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데 결혼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느낌표였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고,

정리가 아니라 확장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잘 맞는지’가 아니라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알아가기 시작한 첫 문장이었다


우리의 하루는 달라졌다

결혼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사랑의 설렘이 아니라,매일의 ‘다름’이었다.

그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고,

나는 함께 움직이며 소통할수록 편해지는 사람.

그는 물 흐르듯 천천히 정리하는 타입이고,

나는 미리 계획하고 구조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결혼은

두 개의 리듬과 질서가 하나의 집 안에서

충돌하는 일로 시작되었다.

남편은 극 INFP, 나는 ESTJ.

완전히 반대의 기질을 가진 우리는,

조율되지 않은 성격이 생각보다

자주 일상의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살면서 처음으로 실감하게 됐다.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그냥 말투 하나,

눈빛 하나로 마음이 부딪혔다.

그가 말없이 모니터를 보며 한 숨을 쉴 때,

나에게 한 숨의 의미는 답답함으로 느껴졌고,

내가 정리하자고 수첩을 꺼내들면,

그는 숨이 막힌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은 단단한 진실 하나를 알려줬다.

결혼은 '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존중하며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

그 사람을 바꾸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

내 기준이 아닌 우리의 기준을 새로 만들어가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점점 더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다름'에 지치기보다

그 안에서 같이 살아갈 방법을 찾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 서툴더라도

서로의 언어를 번역하려고 노력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조금씩, 아주 천천히

우리의 하루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

연애는 순간의 감정에 따라 움직였다.

보고 싶으면 보고,

기분이 좋으면 웃고,

섭섭하면 그냥 돌아서기도 했다.

서로의 마음을 맞추는 데엔

이유보단 ‘그냥’이 많았다.

하지만 결혼은 달랐다.

매일의 감정이 곧 삶이 되었다.

함께 밥을 먹고, 잠들고,

매달 고지서를 확인하고,

휴지 떨어진 걸 기억하는 일상 속에서

사랑은 감정보다 결정과 책임에 가까웠다.

서로의 기분을 고려하며

무엇을 말할지,

어떻게 말할지를 신중히 고르게 됐다.

‘지금 참자’는 선택을 매일 하게 되었고,

‘이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손을 잡는 날도 많아졌다.

사랑은 점점 더

행동하는 감정이 되어갔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부부가 되어도, 나는 나로 남고 싶었다

결혼 후, 나의 정체성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

새로운 가족의 일원으로 불릴 때마다

'나는 지금 어떤 얼굴로 살고 있지?'

혼자만의 질문을 품고 있곤 했다.

처음에는 내가 변한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결혼은 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다른 나를 꺼내보는 일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나’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다만 그 속에서도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나만의 시간, 나만의 생각,

그리고 나만의 언어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가 나를 지켜봐 주었고,

나 역시 그를 ‘한 사람’으로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이기 전에 남자였고,

아내이기 전에 여자였던 우리’의 모습을

지워지지 않도록 붙잡는 일.

그것이 우리가 지키고 싶은 관계였다.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었다.

감정의 안정기로 흘러드는 결말도,

평온한 정착지도 아니었다.

오히려 매일을 살아내야 하는

새로운 시작이었고,

더 많은 노력을 요하는

작은 실천들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어제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서툴고,

가끔은 지치고,

때로는 후회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이 글은

그 선택을 이어가기 위한

나의 조용한 다짐이고,

우리의 다정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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