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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SAN찌어이 Sep 05. 2024

중2아들과 미국 한 달 살기를 마치고

중2아들과 미국 한 달 살기

중2아들과 미국 한 달 살기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맨해튼 중심가를 걸었다. 집 떠나 온 지 한 달 정도로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보다 미국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몰라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중2아들은 20대에 미국에서 살아볼 것을 다짐했고 엄마는 그때는 아빠랑 중2아들을 만나러 미국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중2아들은 복잡한 뉴욕보다 사바나(Savannah)와 플로리다(Florida)가 더 좋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뉴욕에서 미국을 동경하고 미국 생활을 꿈꾼다지만 중2아들은 사바나 환이네와 플로리다가 자신이 생각했던 미국이라고 했다. 뉴욕에서 출근하는 사람들과 카페에서 아침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국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아침 식사를 사들고 호텔로 돌아와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학창 시절부터 싫어했던 과목이 영어였던 나는 베트남에서 5년 동안 살면서 영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았고,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라는 것을 몸소 느껴 중2아들의 영어 공부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미국 한 달 살기 동안은 중2아들이 그동안 공부한 영어를 테스트하는 목적도 있었다. 중2아들의 영어에 100프로 의지해서 계획했던 미국에서 중2아들은 침없이 영어를 사용하면서 그간 엄마의 노력에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고 무엇보다 든든함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언어의 한계가 없었던 중2아들은 적극적으로 미국에서의 한 달을 즐겼고 많은 것을 해보고 느껴보고 싶어 했다.                                                            

온몸으로 보고 느껴야 직성이 풀리는 중2아들은 미국 여행 6개월 전부터 미국 환이네에 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떠나기 3개월 전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기도 전에 중2아들의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여름방학 동안 미국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2아들 등살에 3개월 동안 혼자서 여행을 준비하였다. 여권부터 비행기 티켓, 호텔예약, 미국비자까지 혼자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걱정과 달리 차근차근 준비하니 큰 실수 없이 할 수 있었다.


중2아들은 5살부터 10살까지 베트남에서 자랐지만 몇 년 동안 외국인들과 대화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던 엄마는 과연 중2아들의 영어에 의지해서 미국을 다녀올 수 있을 지가 가장 걱정이었다. 하지만 중2아들은 엄마의 걱정과 다르게 입국심사부터 믿음을 주었다.


중2아들은 악명 높은 뉴욕 입국심사에서 엄마는 이해하지 못한 3가지 질문에 쉽게 답하며 5분도 걸리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바나(Savannah)까지 가는 미국 내 환승도 몇 번의 질문으로 쉽게 쉽게 찾아냈다.

우리의 실수로 유니버설 고객센터까지 가서 한참을 상황을 설명해야 했던 일에서도 중2아들은 침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해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환이네의 이웃에 사는 미국친구는 중2아들에게 현지인처럼 영어가 자연스럽다고 칭찬까지 해주었다.


자신감이 생긴 중2아들은 미국 생활 한 달 만에 많은 꿈이 생겼다. 오히려 엄마는 미국병이 걸린 중2아들을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마지막날은 특별한 일정 없이 맨해튼 6번가를 한 바퀴 돌고 와서 공항으로 갈 준비를 했다. 올 때 와 같이 예약해 둔 한국 기사님을 만나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으로 갔다.


공항 가 동안 한국인 기사님의 파란만장했는 25년 미국 정복기를 들으며 중2아들은 미국의 다른 문화를 이야기로 또 한 번 경험했다. 나는 미국에 와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것 중 하나가 자연스러운 동성커플들이었다.  

올랜도 유니버셜, 뉴욕 전망대, 뮤지컬 공연장 등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동성커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중2아들도 처음에는 볼 때마다 엄마에게 아는 척을 했는데 나중에는 아무 러치 않게 행동하였다.


중2아들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대부분 동남아에서 경험한 것들이다. 베트남에 살면서 미국학교를 다닌 한국의 어린 아들은 한국, 베트남, 미국 문화까지 한꺼번에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어린 아들은 낯선 것에 거부감이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이 많은 아이로 성장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넓은 세상을 궁금해하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로 성장했다.


엄마는 호기심 많은 중2아들과 미국을 다니면서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이 너무 궁금했던 중2아들은 직접 보고 느끼며 미국에 더 빠져들었고, 많은 나라에서 살아 보고 싶은 꿈도 생겼다. 비록 한 달이지만 중2아들이 미래를 꿈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환이네가 있었기에 미국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반겨주고 더 함께 하고 싶어 해준 환이 가족에게 너무 고맙다.


여행도 즐거웠고 여행의 기록을 글로 남기는 것도 즐거웠다. 엄마는 <중2아들과 미국 한 달 살기>가 중2아들에게 특별한 날들로 오래오래 기억되길 기원하며 중2아들이 미국에 사는 날을 상상하며 한 달의 추억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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