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아들과 도쿄 아키하바라

중3아들과 도쿄여행

by BUSAN찌어이

도쿄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들이 먼저 가보고 싶다고 말한 곳이 아키하바라(秋葉原)였다.

아키하바라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게임, 전자기기 등이 가득한 곳으로 덕후들의 성지였다. 거리 전체는 많은 대형 간판들이 솟아 있었고, 건물 벽면은 캐릭터 포스터들이 시선을 끌었다.

아키하바라는 원래 전자상가로 시작된 지역이다. 남편도 20대부터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할 정도로 워크맨을 사용했던 우리 세대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아키하바라는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라디오 부품을 팔던 가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전기 거리’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일본이 고도성장을 하면서 전자제품의 중심지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피규어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의 아키하바라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덕후들의 성지가 되어 있었다.

아키하바라를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에 우리는 장가라 라멘집에 들렀다. 사전 정보 없이 급히 구글에서 검색해 찾아간 곳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긴 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리에 특유의 육수 향으로 맛집임을 알 수 있었다.

장가라 라멘은 1984년에 문을 연 규슈식 돈코츠 라멘 전문점으로, 본점은 하라주쿠에 있지만 아키하바라 지점도 오래된 인기 맛집이었다. 진한 국물과 꼬들한 면에 마늘, 멘마, 차슈, 반숙계란 등을 취향대로 추가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일본식 라멘집이다. 다행히 한글 메뉴판이 있어 주문은 어렵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만족스러운 라멘을 맛보지 못했던 우리는 기대가 컸다. 점심시간을 지난 늦은 오후라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안내받았다. 그리고 라멘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날 긴 줄 끝에 먹었던 라멘은 짜고 기름져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데 장가라는 국물이 진하면서 깔끔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도 대기 줄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다시 아키하바라 메인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는 메이드 복장의 점원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런 풍경 덕분에 일본에 와 있다는 것이 새삼 실감 났다. 그리고 걷다 보니 낯설던 거리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키하바라의 건물들은 겉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1층과 2층에는 전자기기, 카메라, 헤드폰 등이 진열되어 있었고, 3층부터는 피규어와 애니메이션 관련 굿즈들이 층마다 가득했다.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오래된 게임기나 희귀한 중고 피규어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어느 건물을 들어가도 비슷해 보여 금세 지쳤지만, 아들과 남편은 건물마다 정성껏 구경했다.

결국 나는 계단에 앉아 쉬기로 하고, 아들과 남편은 계속 둘러보기로 했다. 한참 뒤 돌아온 아들은 웃으면서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와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가게가 알고 보니 조금 특별한 곳이었다고 했다.

그곳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었다. 아들은 혼자였다면 절대 들어가지 못했을 텐데, 아빠랑 있어서 신기한 구경을 했다며 웃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아들 성교육시간이 자꾸 생긴다며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우연히 아들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두 번째 기회였다.

낯선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평소보다 편하게,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아키하바라의 번잡한 거리 한가운데서, 아들의 또 성장했고 우리는 오랜 기억할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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