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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

by 김로또

얼마 전, 오래전에 절연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했습니다. 아 이건 100% 결혼식 연락이다.


평소의 저라면 소위 말하는 '안읽씹'으로 대응을 했을 겁니다.

그렇게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거든요.


절연 사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없다는 것

그 사유 하나만으로 친구가 아님이 드러나서,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읽씹'으로 반응 아닌 반응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새 신을 신고 나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언박싱)

나름의 기존 인연을 정리하려는 마음이 드러난 걸까요?

광화문이 터가 좋다고 해서 광화문 카페로 향했습니다.


광화문으로 향하면서


저의 가장 친한 친구 2명에게 지금의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야 나 답장해야 하니? 안읽씹 각"

제 친구들의 답은 " 답장은 해, 안 가더라도"였습니다.


좀 심드렁해서

웃기만 하고 알겠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흥)


그러다 문득 예전에 보았던

최성운의 사고실험, 이동진 님 편이 생각나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달달한 빵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보고 있었는데

"거절할 때야말로 가장 예의 바르고 상냥하고 정확하게 말씀드릴 필요가 있죠."라는 말씀이 꽂히더군요


거절.png
정확.png


저 메시지를 보고 저는, 친구에게 답장을 하기로 합니다.

최대한 가장 예의 있고 상냥하고 정확하게 거절의사를 밝히기로 합니다.


신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에게 메시지가 필요한 순간, 다양한 방법으로 어떻게든 저에게 알려주려는 그 무언가의 느낌이랄까요?

저에게 준 신호는 첫 번째 친구들이었고 두 번째 이동진 님이었고, 세 번째 광화문으로 향했던 것, 네 번째 새 신발이 신고 싶어 졌다는 것 이 모든 신호들이 모여 저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고 오늘도 하나 더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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