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뒤에 깨달은 것
하지만 조직검사라면 말이 달랐다. 유방 조직검사 후기를 한 줄 한 줄, 하나 하나 읽어갈수록 나는 다리를 두 다리를 달달달 떨었다.
“가슴에 마취 주사를 놓는다고?”
“마취 해도 소리가 워낙 커서 조직 채취하는 게 다 느껴진다는데??”
“헉 주사 바늘 직경이 3mm라고???”
내가 해야 하는 유방 조직검사는 ‘총조직검사’, 줄여서 ‘총생검’이라고도 불린다.
초음파로 혹의 위치를 확인하며 해당 부위에 주사 바늘을 찌른 후, 버튼을 누르면 ‘탕’ 소리와 함께 조직이 주사에 딸려 나오는 방식이다. ‘탕’ 하는 소리가 꼭 총소리 같다고 해서 ‘총조직검사’로 불린다고 하고, 다섯 번 정도 조직을 채취한다고 한다.
국소 마취 후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통증은 없지만 ‘탕’ 소리가 워낙 커서 오히려 소리에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무리 마취를 했어도 ‘탕’ 소리와 함께 조직이 떼내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블로그 후기를 세 개 정도 읽으니 그 다음부터는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 찾아 읽을 필요가 없었는데도 계속해서 후기를 읽어 내려갔다. 오른손으로는 스크롤을 내리고, 왼쪽 손톱을 잘근잘근 씹은 채, 다리를 달달달 떨며 문을 부른 채.
“오빠 ㅠㅠ 오빠아 ㅠㅠ 나 못 해 ㅠㅠ”
눈물만 안 났을 뿐이지 내 얼굴은 완전히 울상이었다. 정말이지 울상이었다. 그런데도 문은 나를 달래주거나 안심시켜주기는커녕 큭큭 거리며 웃기만 했다.
“쑥쑥이 이미 검사하고 있는 것 같아! 읽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느껴져?”
“상상이 되잖아. 오빠는 이거 읽으면 상상이 안 돼?”
“응! 나는 그냥 ‘그렇군.’ 하면서 정보를 저장하는데?”
계속해서 유방 조직검사에 관한 정보를 탐색하다보니 알고리즘이 유방 조직검사 시연 영상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겁없이 영상을 클릭한 나는 엄청난 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오빠! 이거 바늘이 완전 도라이버 급인데? 나 이거 못해. 절대 못해!!”
겁에 질린 채 소리를 지르며 경악을 하는데도 문은 킬킬 웃으며 말했다.
“쑥이 도라이버 몰라요?”
그렇다. 잠시 잊고 있었다. 내 남자친구 문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예전에 문의 병원 방문 썰을 듣고 경악한 적이 있었다.
축구를 하다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났는데, 초동 대응을 잘 못해서 며칠 후 상처가 크게 곪아 있었다고 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그렇고, 냄새도 확실히 이상해서 병원에 방문을 했고, 병원에서는 곪은 부분을 다 긁어내는 수밖에 없다며 꽤 면적이 넓은 상처를 모두 긁어냈다고 했다. 상처에 소독약만 발라도 쓰라림이 느껴질진대 모조리 긁어내다니, 나였다면 의사 선생님의 치료에 방해가 될 정도로 울고불며 다리를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문은 달랐다. 저절로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통증이 있었지만 그는 꾹 참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 아픈 건 내가 아니다. 지금 아픔을 느끼는 건 내 다리일 뿐이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그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독한 사람이군’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문에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서 지레 겁먹은 내 모습이 얼마나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