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검사 일기(3)

병원에서 발견한 사랑의 온도

by 쑥자람

겨우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카페 유리창으로 보이는 문이 이렇게나 반가울 줄 몰랐다. 카페 문을 열자마자 문은 고개를 훽 돌려 내쪽을 바라보았고, 수고했다며 등을 쓸어줬다. 나는 먼저 물 한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차분하게 의사 선생님께 들은 내용을 문에게 알려줬다. 차분하게 내 말을 듣던 문은, 내 말이 끝나자 차분하게 질문을 했다.


“미세석회화가 어떤 모양으로 있었어? 퍼져 있었어? 아니면 한쪽에 몰려 있었어?”

“전체에 넓게 퍼져 있었어. 무슨 별자리 보는 줄 알았어.”

“다행이다. 그게 뭉쳐 있으면 위험하대. 암세포가 자라면서 미세석회화를 만들어서, 석회화 알갱이들이 뭉칠 수 있거든. 퍼져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야.”


‘뭐지? 왜 잘 알고 있지?’


유방 질환 관련 지식을 쏟아내는 문이 신기해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문은 핸드폰 화면을 내밀며 말했다.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있었어!”


추가 촬영 소식을 듣고 미세석회화, 유방 칼슘, 유방 혹 등을 검색하고 있었단다. 그러면서 내게 계속 질문을 했다.


“혹 모양이 어땠는지 기억나?”

“혹 주변에 미세석회화도 같이 보였어?”


그의 진지한 질문에, 나는 어물쩍대며 대답했다.


“혹 모양은 잘 기억 안 나. 메타몽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혹 주변에 하얀 알갱이는 없었던 것 같아… 잘 모르겠어.”


오히려 문과 이야기할수록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병원을 또 가야 해.”
“가슴을 바늘로 찌른대. 피도 나고, 지혈은 압박 붕대로 한다고 하더라… 하아…”
“10분이면 끝난다는데, 10분 동안 바늘이 몸 안에 있는 건가?”
“별 일 없겠지? 별 일 없을 거야. 나 어른이니까 잘 견딜 수 있어!”


아이처럼 징징대다 어른처럼 마음을 다잡기를 반복하는 내게, 문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쑥이 고생 많았다! 고생했으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스크린샷 2025-09-17 오전 11.59.12.png

지면이 가장 뜨겁던 한낮, 우리는 내리쬐는 햇빛 아래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듯 그늘만 골라 걸었다. 병원 바로 뒤에 자리한, SNS에서 서울 3대 떡집으로 유명한 ‘압구정 공주떡’에서 흑임자 떡과 쑥 인절미를 구매하고, 내가 좋아하는 콩국수 맛집에서 콩국수도 먹었다.


평소라면 ‘정제 탄수화물이라며 떡 두 팩은 너무 많아’라며 말렸을 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마음껏 먹으라 허락해줬다. 또 문은 ‘쑥이, 두유 그만! 콩에 들어있는 이소플라본이 쑥이한테는 안 좋대’라며 두유를 못 먹게 하는 사람이라, 콩국수도 못 먹게 하는 게 당연했지만, 이날만큼은 콩국수를 맛있게 먹는 걸 허락해줬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쑥이 올해 마지막 콩국수야!”


마지막이라는 말에 나는 그릇까지 핥아먹을 기세로 싹싹 긁어먹었고, 문은 그런 나를 기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우리 둘은 기절하듯 금세 잠들었고, 집에 돌아와서는 사이좋게 떡을 집어 먹으며 <문나이트>를 정주행했다. 병원에서의 걱정과 근심은 모두 잊은 채, 평소 주말 데이트처럼 한가롭고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매거진의 이전글유방 검사 일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