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검사 일기(4)

병원에서 발견한 사랑의 온도

by 쑥자람

그날 밤,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누웠다. 나는 문의 팔을 베고 잘자라는 인사도 하기 전에 그의 품에서 선잠 들었다. 그 잠깐 동안 꿈을 꿨는데 엄마가 나왔다. 문과 하루종일 걸었던 모든 길, 병원에 가는 길부터 병원 1층 카페, 진료를 마치고 떡집에 가는 길, 콩국수를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그 모든 길에 문 대신 엄마가 있었다. 문이 있었던 자리에 엄마가 있었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딸이 걱정되었던 걸까? 병원에 같이 가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었던 걸까? 위암 치료를 하며 전주와 서울을 수없이 오간 엄마였기에 진료 보러 가는 길을 같이 있어주고 싶었던 걸까?


“엄마….”


문이 나를 가만히 안고 있었다. 나는 문의 품에서 깼다.


‘엄마가 오빠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하겠다.’


나는 ‘오빠는 엄마가 보내준 선물인가 보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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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옆을 지키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안 좋은 생각에 빠질 새 없이 함께해준 문이 한층 더 고마웠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오빠 고마워.”

“어? 쑥이 울었어?”

“아니거든? 오늘 고생했으니까 얼른 자라!”


그렇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문은 내 손을 조심스레 내 머리를 감쌌다. 그 손길에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퍼져 마음 한 켠 깊이 스며들었다. 하루 종일 쌓였던 긴장과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걱정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었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힘이 느껴졌다. 내일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런 작고 평범한 순간들이 쌓여가길, 서로의 곁에서 함께 걸어가길 바랐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거운 하루 끝에 손잡고 나란히 누울 수 있는 사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새삼 깨달으며, 한참을 문곁에 머물렀다. 마음속 불안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겠지만, 이 밤만큼은 그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깊은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문곁에서, 조금은 더 안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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