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물결을 타고, 입맞춤은 영혼에 남는다.”
환상과 기억,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어와 해적의 로맨스. 쉼표가 전하는 이야기, 입맞춤이 남긴 물결을 따라갑니다.
〈프롤로그〉
불타는 배, 그리고 물속의 노래. 해적과 인어는 생을 건너 다시 만난다. 이야기는 지금, 다낭의 해변에서 시작된다.
모래 위를 스치는 바람이 있었다.
그 바람은 파도를 안고 와 리안의 귓가에 낮은 숨결을 남겼다. 마치 아주 오래전, 잊어버린 누군가가 속삭이듯.
"돌아와 줘… 밀물이 차오를 때…"
리안은 그 소리에 또 잠에서 깼다. 어김없이 새벽 다섯 시. 파도가 가장 가까이 숨결을 내미는 시간이었다.
그는 다낭 땀끼 해변에 자리한 작은 바닷가 펍, '인어의 입맞춤' 앞에 앉아 있었다. 아직 열지 않은 카페 문 너머로 바람이 지나가며 풍경화를 쓰다듬었다.
벽화 속 해적과 인어는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서로를 알기 전부터 그리워했던 사람들처럼.
벽화 옆 나무 기둥에 붙은 작은 팻말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True souls find each other, even if the tide washes the world away.
리안은 어쩐지 그 문장이 자신을 위한 것만 같았다. 며칠 전 이곳을 처음 지나치던 날부터, 그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이 낡은 펍. 이 벽화. 이 해변의 냄새…
마치 이 모든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바다에선 바람보다 먼저 파도가 말한다. 그리고 그 파도는, 기억을 데려온다.
그날 밤도 리안은 같은 꿈을 꿨다.
어두운 바다 위. 불타는 배. 뱃머리에 선 그는 검은 깃발을 내려다보았다. 불길 속에서 누군가의 노래가 들려왔다. 물속에서 부는 듯한, 맑고 쓸쓸한 목소리.
그녀는 인어였다. 아니, 인어였을까?
그녀는 말 대신 노래로 마음을 건넸고, 그는 눈을 감은 채 그 물결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지기 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억해 줘. 다음 생에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나는 이 해변에 벽을 남길 거야. 우리의 입맞춤을 잊지 않기 위해."
리안은 깨어난 후에도 그 말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깨닫기 시작했다.
이 벽화는 누군가의 상상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였다.
그는 벽화 앞에 섰다.
그림 속 해적이 붉은 석양 아래 인어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 인어의 비늘은 햇살에 물결처럼 반짝였고, 입술 사이로 바다의 숨결이 흐르고 있었다.
"이 벽화 속 입맞춤은, 오래전부터 그려져 있던 이야기였다."
그 순간이었다.
파도 뒤에서 한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아이를 안아 올리는 여자의 목소리.
리안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서 있었다. 벽화 속 인어와 같은 눈으로. 같은 파장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 ✨ ✨ ✨ ✨
쉼표,
Comma.
Pause. Breathe. Write.
남쪽 끝 바다마을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단어로 하루를 건너고,
바람으로 마음을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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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쉼표.
Pause. Breathe. Write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