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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 파도 너머의 속삭임

“기억은 물결을 타고, 입맞춤은 영혼에 남는다.”

by 쉼표


《모래 위에 피어난 물결의 입맞춤》

환상과 기억,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어와 해적의 로맨스. 쉼표가 전하는 이야기, 입맞춤이 남긴 물결을 따라갑니다.


〈프롤로그〉


불타는 배, 그리고 물속의 노래. 해적과 인어는 생을 건너 다시 만난다. 이야기는 지금, 다낭의 해변에서 시작된다.


1화. 프롤로그 – 파도 너머의 속삭임


모래 위를 스치는 바람이 있었다.


그 바람은 파도를 안고 와 리안의 귓가에 낮은 숨결을 남겼다. 마치 아주 오래전, 잊어버린 누군가가 속삭이듯.


"돌아와 줘… 밀물이 차오를 때…"


리안은 그 소리에 또 잠에서 깼다. 어김없이 새벽 다섯 시. 파도가 가장 가까이 숨결을 내미는 시간이었다.


그는 다낭 땀끼 해변에 자리한 작은 바닷가 펍, '인어의 입맞춤' 앞에 앉아 있었다. 아직 열지 않은 카페 문 너머로 바람이 지나가며 풍경화를 쓰다듬었다.


벽화 속 해적과 인어는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서로를 알기 전부터 그리워했던 사람들처럼.


벽화 옆 나무 기둥에 붙은 작은 팻말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True souls find each other, even if the tide washes the world away.


리안은 어쩐지 그 문장이 자신을 위한 것만 같았다. 며칠 전 이곳을 처음 지나치던 날부터, 그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이 낡은 펍. 이 벽화. 이 해변의 냄새…


마치 이 모든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바다에선 바람보다 먼저 파도가 말한다. 그리고 그 파도는, 기억을 데려온다.

그날 밤도 리안은 같은 꿈을 꿨다.


어두운 바다 위. 불타는 배. 뱃머리에 선 그는 검은 깃발을 내려다보았다. 불길 속에서 누군가의 노래가 들려왔다. 물속에서 부는 듯한, 맑고 쓸쓸한 목소리.


그녀는 인어였다. 아니, 인어였을까?


그녀는 말 대신 노래로 마음을 건넸고, 그는 눈을 감은 채 그 물결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지기 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억해 줘. 다음 생에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나는 이 해변에 벽을 남길 거야. 우리의 입맞춤을 잊지 않기 위해."


리안은 깨어난 후에도 그 말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깨닫기 시작했다.


이 벽화는 누군가의 상상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였다.


그는 벽화 앞에 섰다.


그림 속 해적이 붉은 석양 아래 인어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 인어의 비늘은 햇살에 물결처럼 반짝였고, 입술 사이로 바다의 숨결이 흐르고 있었다.


"이 벽화 속 입맞춤은, 오래전부터 그려져 있던 이야기였다."


그 순간이었다.


파도 뒤에서 한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아이를 안아 올리는 여자의 목소리.


리안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서 있었다. 벽화 속 인어와 같은 눈으로. 같은 파장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 ✨ ✨ ✨ ✨


쉼표,
Comma.

Pause. Breathe. Write.

남쪽 끝 바다마을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단어로 하루를 건너고,
바람으로 마음을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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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쉼표.
Pause. Breathe. Writ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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