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문을 여는 순간
환상과 기억,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어와 해적의 로맨스. 쉼표가 전하는 이야기, 입맞춤이 남긴 물결을 따라갑니다
아침 햇살이 얕게 해변을 물들일 무렵, 리안은 다시 그 벽화 앞에 섰다.
새벽이 아닌 대낮의 바다는 훨씬 평온했지만, 그의 마음은 더 깊은 파도 아래 가라앉는 듯했다.
그림 속 해적은 여전히 인어를 껴안고 있었고, 그 입맞춤은 오늘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리안의 시선은 오늘, 조금 더 깊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리안의 시선은 오늘, 조금 더 깊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그림,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건 아니야.”
낯선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낡은 밀짚모자를 쓴 노인이 서 있었다. 펍의 주인이자, 이 해변을 오래 지켜온 사람.
리안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 벽화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노인은 잠시 그 벽화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나지 않는 이름이 하나 있어. 그림을 그린 사람도, 그리고 그림 속 이야기까지도. 하지만 그 이름만은 늘 바닷바람에 섞여 있었지."
그는 리안을 데리고 벽 뒤편의 좁은 문으로 들어갔다.
"잊힌 기억은, 늘 낡은 자물쇠 뒤에 숨겨져 있다."
나무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먼지 쌓인 선반 위에 놓인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끔 손님들이 이걸 찾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찾는 듯한 눈을 한 사람에게만 열어주지."
리안은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물에 젖은 듯한 노트 한 권과,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진 속 해변은 지금과 똑같았지만, 벽화는 반쯤 그려진 상태였다.
그리고 사진의 가장자리, 희미한 손글씨.
“그녀는 물의 노래를 기억했고, 나는 파도의 언어를 잊지 않았다.”
리안의 손이 떨렸다.
노트를 펼치자, 안쪽 표지에 적힌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Lian'
자신의 이름.
그리고 그 아래,
'Mira' – 그가 꿈에서 들었던 인어의 노래와 함께 떠오른 이름.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지지만, 사랑은 그 조각들을 다시 이어준다.
그 순간, 해변 쪽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
리안은 창고 문을 열고 바닷바람을 따라 나갔다.
햇살 속에 서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안고 웃고 있었고, 그의 눈은 마치 오래전 약속을 떠올린 듯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리안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미라예요… 기억나시나요?"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은 종종, 바람보다 조용히 돌아옵니다.
이야기의 문이 열리고, 인어의 이름이 드러났습니다.
리안과 미라, 이 둘의 인연은 이제부터 다시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쓰는 사람. 바쁜 하루의 결에, 작은 쉼 하나를 놓습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글로 기록합니다. 당신의 하루 끝에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모래 위에 피어난 물결의 입맞춤》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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