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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파도는늘 제자리로 돌아오니까

정박한 배처럼, 그리움으로 기다리다

by 쉼표

《모래 위에 피어난 물결의 입맞춤》

환상과 기억,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어와 해적의 로맨스. 쉼표가 전하는 이야기, 입맞춤이 남긴 물결을 따라갑니다.


3화. 파도는 늘 제자리로 들어오니까

파도는 멀리 떠나도, 결국 우리가 처음 마주했던 그 해변으로 돌아오고야 만다.


해변을 떠나기 전, 나는 다시 한번 그 조각배 앞에 섰다.


물결에 흔들리는 그 나무배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어젯밤의 속삭임도 어쩌면 꿈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손끝에 닿은 따뜻한 흔적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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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다시 불어올 때, 나는 조심스럽게 배에 몸을 실었다. 어제는 무서워 다가가지 못했던 그 물결 속으로, 오늘은 한 걸음 내딛고 싶었다.


마치 그 사람처럼. 그렇게 담담하고 조용하게, 바다에 마음을 건네는 사람처럼.


“어디로 가고 싶은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묻고, 노를 저었다.


물이 갈라지며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방향은 없었지만, 마음만은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배는 멀리 나가지 못했다.


조금 나아갔을 뿐인데도 바다는 금세 나를 감쌌고, 바람은 점점 강해졌다.


흔들리는 몸짓 속에서, 나는 문득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파도는 늘 제자리로 돌아와. 아무리 멀리 떠밀려도, 결국엔 처음 닿았던 그곳을 그리워하게 돼.”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내가 아무리 바다를 피해 달아나도, 그와 함께한 시간들은 늘 나를 바닷가로 다시 이끌었다.


마치 부드러운 물결처럼.


그리움은, 그렇게 끝도 없이 밀려오는 것이었으니까.


바다는 차가웠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나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파도 소리, 바람의 숨결, 그리고 어딘가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속삭임.

“괜찮아. 이제는 괜찮아.”


눈을 떴을 때, 해가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은빛으로 부서지는 햇살 사이로, 그는 서 있었다.

멀리서, 그러나 분명히.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제는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그리움은 늘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주니까.


나는 노를 거두고, 배를 돌렸다.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멀리 있었지만, 분명히… 거기 있었다."


어둠 속에도 바다는 빛을 품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나는 그리움을 믿기로 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모래 위에 피어난 물결의 입맞춤》 전편

1화 보러 가기

→1화. 프롤로그 – 파도 너머의 속삭임

2화 보러 가기

→ 2화. 다시 부르는 노래 – 기억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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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노트


파도처럼 돌아오는 그리움, 그 안에서 우리는 다시 만난다.


해변에 정박한 배들처럼, 우리도 결국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돌아오고야 만다.


리안과 미라의 인연, 이제 그 물결의 의미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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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se. Breathe. Writ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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