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별의 눈」 1화 – 별빛이 머문 자리

낯선 길 위에서 마주한, 잊히지 않는 눈빛

by 쉼표

그날 밤, 별빛은 마치 나를 오래 기다린 사람처럼 조용히 내 이름을 불렀다. 차가운 공기 속에 스며든 그 부름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오래된 약속처럼 마음 깊은 곳을 두드렸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빛의 조각들이 어둠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 사이로 하나의 별이 유난히 또렷하게 나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바람이 잠시 멎은 해변 위에서, 파도 소리만이 낮은 숨결처럼 이어졌다. 모래 위에 남은 발자국들은 뒤로 길게 뻗어 있었지만, 나를 이끈 것은 앞으로 향한 한 줄기 빛이었다. 그 빛은 오래전 잃어버린 길의 표식 같았고, 내가 잊었다고 믿었던 이야기의 시작점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자,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별빛 속에서 피어올랐다. 누군가의 웃음소리, 잔잔한 목소리, 그리고 아직 다 하지 못한 말들. 그 모든 것이 이 밤에 되살아나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숨을 고르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아무 움직임도 없이, 마치 이 순간이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그리고 알았다. 이곳이 바로, 내가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라는 것을.


이 마을의 길은 낮보다 밤이 더 익숙했다. 작은 어촌 마을의 가로등 불빛은 희미했고, 그 사이사이에 은은한 빛이 스며들어 마치 오래 전의 장면을 덧씌우는 듯했다. 길가의 오래된 벤치, 손때 묻은 난간, 그리고 파도 소리가 스며든 창틀. 그 모든 것이 나를 향해 '환영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조각 하나를 꺼냈다. 유리병 조각 같았지만, 햇빛 대신 별빛을 머금은 듯 은은하게 빛났다. 그건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내 손에 쥐여준 것이었다.


"언젠가, 별빛이 머무는 자리를 찾게 될 거야."


그의 목소리가 바람에 섞여 다시 귓가를 스쳤다.


기억 속 그는 언제나 바다를 등지고 서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보다, 그 너머의 밤바다를 더 오래 바라보았던 것 같다. 그 바다는 잔잔할 때보다 거칠 때 더 아름다웠고, 그는 늘 그 순간을 좋아했다. 파도가 높아질수록, 별빛은 더 깊게 물결 위에 내려앉았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대신 오래 걸었고, 바람 속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그가 내게 건넨 건 약속이 아니라, 그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 하나로, 나는 긴 시간을 건너왔다.


파도 끝에 걸린 빛의 조각들이 이리로 나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그 이유를 찾아야 했다. 나는 해변 끝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모래 위로 부서지는 작은 빛의 파편들이 마치 발자국을 따라오는 듯, 내 뒤를 부드럽게 감쌌다. 멀리서 파도와 함께 또 다른 발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익숙한 울림이었다. 마치 오래전에 들었던 리듬, 그리고 놓쳤던 한 사람의 발걸음. 나는 숨을 고르고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별빛이 머무는 자리는, 단지 하늘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속에도, 다시 이어질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도, 별빛은 오래 머무른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자리 앞에 서 있었다.


#별의 눈 #연재소설 #새 연재 #첫 화 #쉼표 #별빛 #감성소설 #브런치작가 #로맨스



쉼표,
Comma.

Pause. Breathe. Write.

남쪽 끝 바다마을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단어로 하루를 건너고,
바람으로 마음을 적십니다.

《쉼표》를 구독하시면,
다음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쉼표》 구독하기
https://brunch.co.kr/@39d166365bd047c


작가 쉼표.
Pause. Breathe. Write again.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리즈Ⅲ 내 영혼은 슬픔을 노래한다 》바다가 된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