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는 왜 도착을 두려워하는가"
프롤로그
걷는 사람은 도착을 원한다. 그런데 Road는 도착을 두려워한다. 왜일까. 도착하면, 무엇이 끝나는 걸까.
무대
빛은 낮인데 공기는 저녁 같다. 그림자는 움직이는 속도가 들쭉날쭉하다. 시간이 무언가를 망설이는 것처럼.
둘은 걷고 있다. Simp는 Road의 표정을 오래 지켜보며 걷는다. Road는 자꾸 시선을 피한다.
Scene 1 — Road의 첫 흔들림
Simp: Road.
Road: … 왜?
Simp: 아까 그 말, "이 길엔 우리 말고 다른 누군가 있다"는 말. 그건 뭐야?
Road는 대답하지 않는다. 한 박자를 넘기고, 두 박자를 넘기고, 침묵은 길 위에 오래 머문다.
Simp: 말해.
Road: … 말 안 하는 게 나아.
Simp: 왜?
Road: 말하면… 더 기억날까 봐.
Simp는 Road의 옆모습을 본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표정. 두려움.
Scene 2 — Road의 과거가 드러날 듯 말 듯
Simp: Road, 너… 여기서 태어난 거 아니지?
Road는 발걸음을 멈춘다. 그게 답이었다.
Simp: 그럼… 여기 오기 전에 뭐 했어?
Road는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그 숨이 가슴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Road: 모르겠어. 아무것도.
Simp는 그 숨을 듣고 흔들린다.
Simp: "모르겠다"는 건… 기억이 없다는 뜻이 아니야.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야.
Road는 눈을 감는다. 그 말이 맞기 때문이다.
Scene 3 — Road가 처음으로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Simp: Road, 너… '도착'을 두려워하잖아. 왜?
Road는 갑자기 멈추고 Simp를 똑바로 바라본다.
Road: Simp. 도착이라는 건… 끝이야.
Simp: 그게 왜 두려워?
Road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Road: 도착하면… 내가… 사라질까 봐.
Simp의 눈이 흔들린다.
Simp: 사라진다고?
Road: (작게, 거의 눈물처럼) 나는… '길'이랑 너무 오래 있었어. 너무 오래 걷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길이랑 내가… 구분이 안 돼.
Simp의 숨이 막힌다.
Road: 혹시… 도착이 내가 사라지는 순간이라면… 나는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어.
Simp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Road의 눈가에 무언가가 맺힌다. 눈물인지, 빛인지, 알 수 없다.
Scene 4 — EP.8 'Simp의 흔들림'으로 이어지는 장면
Simp가 한 걸음 다가선다. 어제보다, 그저께보다, 조금 더 가까이.
Simp: Road.
Road: …
Simp: 그 말… 왜 지금까지 숨겼어?
Road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Road: 너는… 사라지면 안 되니까.
Simp: … 나는 왜?
Road: (숨 삼키며) 너만이… 멈출 수 있으니까.
Simp의 눈이 커진다. Road가 계속 말한다.
Road: 너만은… 이 길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Simp: 그게 무슨—
Road: 제발… 오늘은 여기서 그만 물어봐.
Road는 고개를 숙인다. 그림자가 Road의 발밑에서 아주 천천히 길어진다. 마치 Road를 붙잡으려는 것처럼.
세계는 둘의 고백을 조용히 듣고 있다.
Simp는 Road의 등을 바라본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한다.
이 사람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
[EP.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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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출발: "왜 걷기 시작했는가"
EP.2 반복: "같은 길을 걷는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EP.3 기억: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가"
EP.4 시간: "이 세계의 시간은 왜 멈춘 것처럼 흐르는가"
EP.5 멈춤: "멈추면 왜 안 되는가"
EP.6 기원: "이 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 다음 에피소드 EP.8 흔들림: "Simp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coming soon)
작가의 말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걷습니다.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함께 걷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오늘, Road가 말했습니다.
"도착하면 내가 사라질까 봐."
Road는 길과 구분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너무 오래 걸었다고 했습니다. 도착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사람도 그럴지 모릅니다. 함께 걷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끝을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P.8에서는 'Simp의 흔들림'을 이야기합니다. Road를 알게 된 Simp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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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8 '흔들림'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