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길을 만들었는가 EP.10 — 목소리

"우리는 누구의 '가자'라는 말에 따라 걷고 있는가"

by 쉼표



프롤로그


누군가 말했다. "가자." 누군가 말했다. "기다려." 누군가 말했다. "여기." 그 목소리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리고— 그 목소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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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하늘은 밝지만 햇빛이 없다. 바람은 불지 않지만 공기가 흔들린다. 길은 멈춰 있는 듯하면서도 사람을 향해 기대어 오는 느낌.

Road와 Simp는 나란히 걷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같은 속도로, 다른 리듬으로 걷는다. 그 리듬이 길에 맞춰진 것처럼.


Scene 1 — 목소리가 처음으로 가까워지는 장면

Simp: Road. 어제 이정표에서… 네가 말했잖아. "그 목소리가 네가 듣도록 만들어졌다"라고.

Road: 응.

Simp: 그럼… 그 목소리는 넌 못 듣는 거야?

Road는 단호하게 말하지 못한다. 침묵. 피하는 시선.

Simp: … 못 듣는 게 아니라 안 듣는 거지?

Road의 숨이 크게 흔들린다.

Road: …그 목소리는 나한테는 더 위험해.

Simp: 왜?

Road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빛이 Road의 눈을 스쳐간다.

Road: 그 목소리는… 나를 '부르는 방식'을 몰라.

Simp: 그게 무슨—

그 순간.

누군가, 정말 누군가— 들릴 듯 말 듯, 바람조차 없는 공간에서 불가능한 속삭임.

… 여기.

Simp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Scene 2 — 길 전체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공기가 움직이지 않는데 소리가 난다. 바람이 없는데 속삭임이 난다.

그리고 Simp만 듣는 게 아니다. Road도 움직임을 멈춘다.

Road: … 들었지?

Simp: 응.

Road는 두 손을 움켜쥔다. 손등의 혈관이 미세하게 떠오른다.

Road: 이 세계에선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아. 길도, 흙도, 시간도… 아무도.

Simp: 근데 방금—

Road: 방금 들린 건… 여기 있는 게 아니야.

Simp: 그럼… 어디서 온 거야?

Road는 대답하지 못한다. 대신 한 단어를 내뱉는다.

Road: 밖.


Scene 3 — 목소리가 Simp를 부른다

Simp의 귀 끝에 다시 들려온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선명하게.

… 기다려.

Simp의 숨이 떨린다. 그 말은 다정한데 어딘가 찬물 같다.

Simp: Road. 왜… 나한테만 말해?

Road는 Simp를 바라보며 말한다.

Road: 그 목소리는 이 길을 만든 존재의 목소리야.

Simp의 심장이 두 번 뛴다.

Simp: 그럼… 그 존재가 날 여기로 보낸 거야?

Road의 눈이 비로소 정답을 안다는 빛을 띤다.

Road: …응.

Simp는 일어서지도 주저앉지도 못한 채 그 말을 안고 서 있다.

Simp: 왜… 나만?

Road는 이를 악문다.

Road: 왜냐면— 너만이 이 길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존재'니까.

Simp는 숨을 들이쉰다.


Scene 4 — 멈춤과 기억의 비밀

길이 Simp의 발밑을 미세하게 움직인다. 마치 누군가가 Simp를 되찾으려는 듯.

Simp: Road… 그럼 이 목소리는 내가 돌아오길 원하는 거야?

Road는 고개를 젓는다.

Road: 아니. 그 목소리는 네가 '멈추지 않길' 원하는 거야.

Simp: 왜?

Road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Road: 사람은 멈출 때 기억이 돌아오거든. 근데 길은— 길은 그걸 원하지 않아.

Simp는 몸이 서늘하게 굳는다.

Simp: 그럼… 내 기억엔 길이 원하지 않는 게 있다는 거네.

Road: (작게) 응.

길은 갑자기 어둡게, 깊게, 숨을 한 번 훅 들이쉰다.

Simp도 느낀다. 이 길이, 이 세계가, 이 목소리가— 자신을 계속 걷게 하려고 한다는 걸.


Scene 5 — 도착의 진실

Simp는 천천히, 이야기의 다음 문을 연다.

Simp: 그럼 Road… 우리가 도착하면—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Road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입술이 완전히 굳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대사 중 가장 짧고, 가장 무서운 말을 한다.

Road: 도착은… 도착이 아니야.

Simp는 그 말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는다.

도착이 도착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EP.1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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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출발: "왜 걷기 시작했는가"

EP.2 반복: "같은 길을 걷는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EP.3 기억: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가"

EP.4 시간: "이 세계의 시간은 왜 멈춘 것처럼 흐르는가"

EP.5 멈춤: "멈추면 왜 안 되는가"

EP.6 기원: "이 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EP.7 균열: "Road는 왜 도착을 두려워하는가"

EP.8 흔들림: "Simp는 왜 멈추고 싶은가"

EP.9 이정표: "왜 이정표의 글자는 매번 지워져 있는가"

→ 다음 에피소드 EP.11 목적지: "도착은 정말 끝인가" (coming soon)


작가의 말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따라 걷습니다.

"이쪽으로 가." "저기서 기다려." "곧 갈게."

그 목소리를 믿고 걷습니다. 그 목소리가 어디서 오는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묻지 않고.

오늘 Simp는 그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여기." "기다려."

그리고 Road가 말했습니다.

"그 목소리는 이 길을 만든 존재의 목소리야."

우리를 어딘가로 보낸 그 목소리. 우리가 멈추지 않길 원하는 그 목소리. 우리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을 막는 그 목소리.

EP.11에서는 '목적지'를 이야기합니다. 도착은 정말 끝일까요. 아니면— 도착은 도착이 아닐까요.

당신은, 누구의 목소리를 따라 걷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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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11 '목적지'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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