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친 당신에게
11월 13일, 수능을 마친 당신에게 이 글을 건넵니다. 긴 시간을 달려온 당신에게 이제는 천천히 숨 쉬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아침,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11월의 아침은 다른 계절보다 조금 더 조용하게 밝아온다.
빛이 천천히 번지고, 바람은 차갑지만 단정하게 깨어난다.
이런 아침엔 마음이 들뜨지도 묵직하지도 않은, 설명하기 어려운 고요함이 있다.
마치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듯한 시간.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이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오히려 모든 걸 재점검하게 되는 날.
괜히 멈춰 서서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또 묻게 되는 날.
하지만 멈춘다고 해서 뒤로 가는 것은 아니다.
아침을 맞이했다는 건 그 자체로 이미 '시작'이라는 뜻이니까.
11월의 아침은 말한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어제의 흔들림이 오늘의 나를 무너뜨리지는 않는다고.
어디까지 왔는지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왔다.
밤을 견뎌냈고, 스스로를 잃지 않았고, 이 아침까지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러니 오늘은 조금 가벼워져도 괜찮다.
한 번, 길게 숨을 들이쉬어보자.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는 걸 느끼며 당신의 속도로 다시 걸어가면 된다.
아침은 항상 새로운 길을 허락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다시 걷게 되는 사람들이니까.
2025년 11월 14일 아침 베트남 다낭의 작은 방에서 수능을 마친 당신에게 첫 아침을 선물합니다. 이제 당신은 조금 더 자유롭게 숨 쉴 수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당신이 견뎌낸 시간들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의 11월이 따뜻하기를, 그리고 앞으로 걷게 될 모든 길이 당신만의 속도로 빛나기를 바랍니다. - 쉼표의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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