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 사람처럼 숨 쉬기 시작한 때
낯선 새벽에 도착했던 첫날의 공기,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둠 속 길 위의 두려움(1막).
그 새벽은 나를 이 도시의 바깥에 세워두고
오랫동안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도시는 조금씩 나를 불러들였다.
첫 시장, 첫 바가지, 첫 위로의 쌀국수(2막).
거친 외국의 공기 속에서 작게 스며든 온기가
내 마음의 문을 아주 천천히 열어주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제,
두려움도 낯섦도 아닌,
‘익숙함’이라는 것이 문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첫해가 지나갈 무렵이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 도시의 소리가 더 이상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엔 나를 압도하던 오토바이의 거센 파도도,
혼란스럽기만 했던 시장의 소란한 숨결도
어느 순간 내 하루의 배경음이 되어 있었다.
마치 오래된 집의 냉장고 소리처럼,
늘 곁에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들리지 않는 것들처럼.
그 무렵부터 나는
‘버티는 사람’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카페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얼음잔을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실 때,
나는 이미 이 도시의 리듬에 발을 맞추고 있었다.
언어도 조금씩 몸에 들어왔다.
표정의 결, 말끝의 길이,
웃음인지 한숨인지 헷갈리던 그 미묘한 소리들.
그 결들을 하나둘 이해하게 되자
대화는 두려움이 아닌 다리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조용한 변화들이 이어졌다.
점심마다 건네던 과일 한 조각,
아무 말 없이 놓아두는 커피 한 잔.
누군가는 내 곁에 조용히 앉아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저녁,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오토바이가 물결처럼 흘러가던 그 장면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내가 이곳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과,
이곳도 나를 조금은 받아들이고 있다는 미묘한 감각.
나는 아직 서툴고 겁도 많았지만
분명히, 아주 천천히,
문틈 사이로 스며든 익숙함을
두 손으로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날,
알았다.
“아, 이제 나도 이곳 사람처럼 숨 쉬기 시작했구나.”
익숙함은 언제나 ‘작은 온기’에서 스며든다.
돌아보면,
내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건넨 작은 배려, 아주 작은 따뜻함이었다.
그 온기들이 조금씩 쌓여
나는 비로소 이 도시의 사람이 되어갔다.
그 시간에 대해,
이 글에 대해,
함께 걸어주는 당신에게 조용히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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