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은 끝이 아니라, 다시 듣기 위한 시작이었다."
이 글은 멈춤에 대한 기록이다.
멈췄기에 들을 수 있었던,
나와 세계 사이의 작은 소리들에 대하여.
멈추지 않았다면,
나는 이 소리들을 영영 듣지 못했을 것이다.
걷고 있을 때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
발을 멈춘 순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나를 향해 몰려왔다.
숨이 먼저 들렸고,
그 다음엔 몸이 내는 작은 신호들,
그리고 끝내 외면해 왔던 생각들이
천천히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동안
걷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소리를 지나쳤다.
도착해야 한다는 마음이
귀보다 늘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멈춤은
내게 실패처럼 느껴졌다.
방향을 잃은 것 같았고,
뒤처진 것 같았으며,
무언가를 놓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 있는 자리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건 후퇴가 아니라
속도를 내려놓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속도가 사라지자
길은 다시 풍경이 되었고,
풍경은 기억이 되었으며,
기억은 문장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하루가 저물었다.
전화도, 약속도, 계획도 없이
시간이 그대로 흘러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안은 오지 않았다.
대신 아주 오래된 감각 하나가
천천히 깨어났다.
"아, 나는 아직 여기에, 온전히 살아 있구나."
그동안 나는
앞으로 가는 나만을 믿었다.
멈춰 선 나는
의심했고, 경계했고,
가능하면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걸음을 거둔 뒤에야"
분명해진 것이 있다.
나는 나아가는 나보다
지금의 나를 훨씬 오래 방치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날,
나는 다시 걷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듣겠다고 마음먹었다.
바람이 방향을 알려주고,
몸이 한계를 알려주고,
마음이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할 때까지.
이제 나는
급하게 나아가지 않는다.
한 문장씩,
발을 디딜 자리를 확인하며 걷는다.
아직 길은 멀고,
다음에 무엇을 만나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멈춘 뒤에야 들린 소리 덕분에
나는 다시, 나를 잃지 않고 걷고 있다.
이 글을 덮는 순간,
혹시 당신도
최근에 멈춘 적이 있다면
그 자리에 어떤 소리가 남아 있었는지
조용히 떠올려 보길 바란다.
아마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그 소리들을 다 적지 못했으니까.
어떤 소리는,
한 번 들리고 나면
다시는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없게 만든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멈춤이 끝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멈춤의 끝에서,
삶은 다시 한번 나를 불렀다."
: "나는 아직, / 그 소리들을 다 적지 못했고 / 어쩌면 앞으로도 / 계속 듣게 될 것이니까."
당신은 그 멈춤에서, 무엇을 들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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