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시드』를 읽으며
한국에는 2천 권에 가까운 책이 있는 서재가 있다.
지금 내가 머무는 이곳, 베트남 숙소에는 손에 잡히는 책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한 권을 펼쳤다.
『더 시드』였다.
이 책은 문익점과 목화씨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가 가져온 목화씨는 단 열흘 만에 꽃을 피웠고,
그중 단 한 알이 살아남아 씨앗이 되었다.
한 대의 목화 줄기에서 겨우 백 알 남짓의 씨앗,
그리고 그 씨앗이 전국으로 퍼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십 년.
눈에 띄는 성과라기보다,
기다림과 반복의 역사였다.
나는 이 대목에서 책을 잠시 덮었다.
한 알의 씨앗이 한반도의 옷과 산업, 삶의 방식을 바꿨다는 사실보다
그 씨앗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빠른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뎌낸 선택 말이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생각이 지금으로 이어졌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혁신적인 노력 없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독이 되고,
게으름은 경쟁 앞에서 나의 모든 약점을 드러낸다.
희생 없는 결과는 의미가 없다.
문익점 시대의 성과가 그러했듯,
오늘의 성장은 반드시 버텨낸 시간 위에 놓여야 한다.
작은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일,
그것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일,
경쟁의 한복판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서 있는 일.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에 가깝다.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를 묻고 있었다.
『더 시드』는 나를 또 다른 곳을 향해 걷게 만들었다.
거창한 계획이나 선언이 아니라,
오늘 포기하지 않은 작은 선택 하나로
내일을 다시 이어가게 했다.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은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조용한 씨앗 하나가 다시 일깨워주었다.
이 글은 독서 기록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에게 보내는 다음 단계로의 도전장이다.
작은 씨앗을 함부로 놓지 않겠다는 다짐,
그 다짐이 오늘도 나를 숨 쉬게 하고
다시 살아가게 한다.
결국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끝까지 버리지 않은 작은 씨앗 하나였다.
독서기록 · 독서챌린지 · 더씨드 · 문익점 · 씨앗의힘 · 지속혁신 · 삶의 태도 · 기록하는삶 · 사유의 시간 · 쉼표의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