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은 소리 없이 작동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선택에 대하여

by 쉼표



원칙은 늘 조용하다.
앞에 나서지 않고, 자신을 증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대개 분명한 목소리지만,
원칙은 목소리 대신 방향으로 존재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까지 가지 않을 것인지.
그 단순한 기준 하나로, 하루를 통과하게 한다.


세상에는 말이 많아지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는 상황을 해석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정당함을 설명하며
끊임없이 문장을 덧붙인다.
말은 그렇게 늘어나고, 기록은 그렇게 쌓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말들만이 남아 서로를 증명하려 든다.


원칙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드러나지 않으며,
필요할 때 한 걸음 물러서고
넘지 말아야 할 선 앞에서 조용히 멈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 날의 빛을 맞는다.
이 선택은 종종 오해를 부르지만,
원칙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왜 바로잡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설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정확한 판단이 된다.
모든 말에는 방향이 생기고,
모든 설명에는 책임이 따라온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소모를 막을 수 있는 날들이 있다.


나는 요즘 지켜보는 선택을 한다.
그것은 외면이 아니라,
불필요한 개입을 내려놓는 기술에 가깝다.
원칙은 감정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급하게 반응하지 않고,
시간이 제 역할을 하도록 남겨둔다.
원칙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스스로를 반복해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원칙을 가진 사람은 조급하지 않다.
즉각적인 박수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하루가 끝났을 때
자기 얼굴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소란이 지나간 자리에
부끄럽지 않은 침묵 하나 남겨두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원칙은 흔들리지 않은다 Image 2026년 1월 20일 오전 04_12_11.png


늦은 오후의 햇살이 창가를 지나
작은 원형 테이블 위로 내려앉는다.
아무 말도 적지 않은 노트 한쪽 페이지와 펜을 책상 위에 두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와 위로를,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

원칙은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작동한다.


그리고, 작동하면 충분하다.


이 조용함이 오래 이어지기를, 나는 오늘도 조용히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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