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꽃은 늘 내 곁에 머물러 있었다

뽑혀 사라진 줄 알았던 들꽃이 다시 피어 있었다

by 쉼표



회사 건물 옆 작은 화단에는 보라색 들꽃이 피어 있었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 것 같은 들꽃들이었지만, 어느 날 그 꽃들이 내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그날 이후 나는 그 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아침 출근길에 한 번,
퇴근길에 또 한 번.


나는 그 꽃들 앞에서 잠시 멈춰 서곤 했다.
이상하게도 그 꽃들 앞에 서 있으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나는 그 꽃에게 이름을 하나 붙여주었다.


보라.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보라색 꽃이었으니 그냥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보라에게 인사를 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 작은 화단 앞에서 나는 종종 꽃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뽑히기전 보라꽃 향연-2026-03-07 074505.png


어느 날이었다.


회사 건물 화단을 정리해야 한다며 정원사가 그 꽃들을 모두 뽑아버렸다.
건물 벽 쪽에 있던 꽃나무뿌리가 건물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화단 앞에 잠시 서 있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보라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자리.


사람들에게는 그저 화단 정리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매일 인사를 나누던 작은 존재가 사라진 날이었다.


그날 밤, 나는 마음으로 많이 울었다.


그리고 새벽에 노트에 글을 하나 적었다.


그 글이 바로
**「나는 꽃이 뽑히는 것을 보며 울었다」**였다.


네이버 메모장에 적어 두었던 그 글은
나중에 브런치 작가 승인 글로 제출되었다.


브런치에 아홉 번 떨어지고
열 번째에 승인을 받게 해 준 글이었다.


그래서 그 글은 지금도 내 브런치 첫 번째 글로 남아 있다.


시간이 꽤 흘렀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평소처럼 그 화단을 지나가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화단 벽 쪽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화단 바깥쪽 풀 사이에서 작은 꽃들이 다시 피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보라색 꽃 세 그루였다.


내 곁을 늘 지켜주던 보라꽃이 다시 피었다-20260307_073233379.jpg


누가 심은 것도 아니고
누가 돌본 것도 아닌데


그 꽃들은 다시 그 자리 근처에서 피어 있었다.


들꽃은 참 신기하다.


한 번 뽑혔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꽃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예전처럼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보라야, 다시 만나서 반갑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화단의 꽃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어쩌면 그 꽃은 처음부터 내 곁을 떠난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고.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보라꽃은 늘 내 곁에 머물러 있었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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