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철문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 나는 그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늘 지나던 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밀고 들어가던 문. 출근을 서두르던 날에도, 마음이 무거웠던 날에도,
나는 늘 이 문을 지나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은 문 앞에서 잠깐 발걸음이 멈췄다.
녹이 슨 경첩, 벗겨진 페인트, 여러 번 덧칠된 벽의 흔적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아도 그 문은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 문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 문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내가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도 이미 이 문은 늙어 있었다. 그때의 나는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었고 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일을 하러 공장으로 들어갔고, 하루 일을 마치면 다시 그 문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들이 쌓이고 또 쌓였다.
시간은 언제나 조용히 흐른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간에는 흔적이 남는다. 갈라진 벽, 오래된 페인트, 녹슨 철문, 낡은 계단.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던 것들이 어느 순간 이야기가 된다. 나는 그 문을 지나며 일했고, 사람들을 만났고, 수많은 일을 겪었다. 기쁜 날도 있었고, 지친 날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날들을 지나며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공장 옆 화단에는 한때 보라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화단을 정리한다며 그 꽃들을 모두 뽑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마주하던 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라는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 화단을 다시 보다가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풀 사이에서 보라가 다시 피어 있었다.
누가 다시 심은 것도 아니고, 아무도 돌보지 않았는데 그 꽃은 다시 올라와 있었다. 작은 줄기 몇 개가 햇빛을 향해 조용히 서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한 공장 벽과 갈라진 페인트, 녹슨 철문과 낡은 계단 사이에서 그 작은 꽃은 아무 말 없이 다시 피어 있었다.
아마도 나는 그 꽃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뽑혀도 다시 피어나는 생명력,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제 자리에서 살아가는 힘. 긴 시간을 지나온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그런 끈기일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나는 그 문을 지나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돌아보니 화단 한쪽에서 보라가 다시 피어 있었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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